<사설> '탈상'이후 북한이 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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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일로서 북한은 김일성(金日成)3년상(喪)을 마감한다.단순한 탈상(脫喪)이 아니다.북한 지도체제의 변화가 예고되고 새로운 정책이 시작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리라 예측된다.3년간 유훈(遺訓)통치에서 벗어나 새 지도자로서 김정일(金正日)체제의 독자적 변화를 눈여겨 볼 시점이다.

새로운 지도체제로서 북한 당국이 취해야 할 정책의 기본방향이 무엇이어야 하는가.북한이 가야 할 당위적 노선을 결론적으로 말한다면,남북화해와 대외개방이 정책의 기본노선이 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이는 이미 김일성 생전에 약속했던 남북 정상회담과 사망 직전의 7.6경제교시에서 명백히 드러난 정책방향이다.지도체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역시 남북화해와 개혁개방정책 뿐이다.

지난 3년간 북한은 외교적으로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의 대남(對南)경색정책을 폈고 군사적으로는 판문점 무력시위나 강릉 잠수함침투사건으로 긴장관계를 고조시키는 방향으로 나갔다.그러나 새 지도체제가 가야 할 길은 남북화해와 주변국가와의 부단한 관계개선을 통해 내부의 어려운 문제를 풀어나가는 길밖에 없다.대결 아닌 화해와 협력을 통해 당면한 경제난국을 풀 수밖에 없게끔 돼 있다.

북한의 실질 국민총생산(GNP)은 지난 7년째 내리막길이다.95년 현재 1인당 GNP가 2백39달러라는 자체 발표가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거듭되는 식량난과 비료.종자 부족으로 움치고 뛸 수도 없는 실정이다.때문에 관계개선과 경협을 통한 경제난 해소가 새 지도체제의 당면과제다.나진.선봉지역의 수세적.제한적 개방에서 보다 강력한 개방을 통한 경협의 가속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대외관계개선에 있어 당장 적극 추진해야 할 사항이 4자회담이다.북한이 예비회담에 참여키로 결정한 것도 새로운 체제의 예고된 변화라고 본다.조건없는 4자회담 참여를 통해 남북관계의 안정과 국제사회참여 등을 이룩하는 것이 북한 경제를 살리는 첩경이다.

최근 민간단체의 대북식량지원으로 그동안의 남북 긴장관계가 조금 부드러워진 시점이다.이제 더 이상 남쪽을 향한 비방.협박도 계속해서는 안된다.조선일보 사설에 대한 북한 당국의 폭력적 보복성명같은 것도 당장 그만둬야 한다.이는 언론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면서 모처럼 이뤄진 남북간 화해무드에도 찬물을 끼얹을 뿐이다.작은 일로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남북관계가 아니라 큰 개념으로서의 진정한 남북화해를 추진하는 자세를 보이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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