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개입이 부른 물가왜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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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물가는 경제의 체온과 같아 몸상태의 이상 여부를 정확히 전달하는 신호기능의 역할을 해야 한다.그래야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이뤄지고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이루게 할 수 있다.그러나 우리의 경우 너무나 오랫동안 이른바 물가안정정책이라는 잘못된 정부개입이 오히려 자원배분의 왜곡을 가져오고 상대가격체계의 혼란을 가져와 물가안정을 해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시한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물가왜곡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정부가 이에 따라 8월초부터 공공요금을 인위적 억제가 아니라 시장 수급동향에 따라 결정되게 하고 국내 농산물보호라든가,특정 이익단체의 보호논리에서 탈피하겠다는 것은 잘된 일이다.정부가 물가관리자에서 시장기능 옹호론자로 역할을 바꾸겠다는 것인데 이것이 성공하려면 단기간의 부작용과 저항을 감내할 준비를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먼저 전기.수도및 석유 등의 에너지요금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 소비를 줄이자는 발상은 단기적으로 물가상승압력을 주기 때문에 정부가 국민의 협조를 구해야 할 대목이다.버스.택시및 지하철 요금을 올리면서 서비스의 질이 올라간다는 보장을 정부가 하지 못하면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따라서 공공요금의 자유화는 적극적인 사업주체의 민영화와 함께 이뤄지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식료품가격의 안정을 위해 값싼 해외농산물을 적극 수입하고 이를 위해 관세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농민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느냐가 중요하다.

이처럼 장기적인 물가안정과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위해 물가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은 원칙적으로 맞지만 정책으로 채택되려면 흔들리지 않는 일관성과 함께 단기적 보완책을 갖춰야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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