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교폭력, 전사회적 대응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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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학교폭력이 지금처럼 사회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종전의 학교폭력은 그저 또래들끼리의 폭력적 갈등해소 수준이거나,조금 심한 경우라면 일부 비행학생들의 일시적 탈선행동 정도로 이해됐다.그러나 요즈음 연일 보도되는 사례들을 보면 학교폭력이 더 이상 철없는 아이들의 일이 아니고,학교만의 문제도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고교생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급우를 저수지 한가운데로 끌고 들어가 보트를 잡은 손을 담뱃불로 지져 익사시키고,시험장소 무단이탈을 나무라는 중학교교사가 학교앞에서 제자에게 폭행당하는등 연일 충격적인 실상이 전해지고 있다.놀라운 것은 폭력행태만이 아니다.일본만화에서 이름을 딴'일진회'라는 폭력서클이 중.고생뿐 아니라 초등학생 사이에도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뿐만 아니라 이들 조직은 상.하급학교간에 상납을 연결고리로 한 보호.복종관계를 형성하고,폭력대결을 통해 조직을 합병하는 사례도 있다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이처럼 지금 학교폭력은 위험수위를 넘어도 엄청나게 넘어 있다.이미 조직화.일상화.흉포화되고 자꾸 연소화되고 있다.여학생들의 폭력도 남학생 못지않은 상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이상 특별한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다.학생문제라고 해서 더 이상 교육적 해결노력에만 매달릴 수 없는 상황이다.그런 점에서 내무부가 학교폭력추방대책본부를 설치해 2학기 전에 폭력서클을 와해시킨다는 1차목표를 정하는등 정부가 강력한 대응에 나선 것은 바람직한 조치다.정도가 심각한 폭력학생들은 일단 공권력을 통해 학교와 그 주변등 활동무대에서 격리해 선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사법적인 조치만으로는 학교폭력이 해결되지 않는다.학교폭력의 실태와 관련학생들을 잘 알고 있는 곳은 학교측이다.실제로 학생폭력의 3건중 2건은 학교안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선도도 중요하지만 교육적인 입장과 현실여건만 앞세워 옥석을 가리지 않는다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단순한 교내지도와 징계조치로 한계가 있다면 이번 기회에 교육청 차원에서 사법기관과 전문기관의 협조를 얻어 시행할 수 있는 특별한 선도프로그램을 시도해 봄직도 하다.이제는 정부와 가정.학교.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종합적이고도 강력한 처방이 있어야 할 때다.그리고 그같은 노력은 지속적이고 일관성있게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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