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사고 왜 이렇게 잦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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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고객이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은 이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은행이 갖는 공신력이 더 큰 이유다.은행의 공신력은 기관이 보유한 철저한 신용에서 나온다.전표 하나로 엄청난 거액이 사채업자에게 대출된 사건은 과연 은행을 믿어도 되는가를 다시 생각케 한다.

물론 이번 사건으로 금융질서가 흔들리지는 않는다.그러나 엄정해야 할 자체감사에서 거르지 못했다는 점이 고객에게 불안감을 준다.이번 사고는 한창 금융개혁이 추진되는 와중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주인있는 은행의 필요성을 다시 일깨웠다.책임을 져야 할 누군가가 감독을 소홀히 한점 때문이다.동시에 한보사태처럼 구조적 비리가 아니라도 거액 금융사고가 터질 수 있다는 허점을 보여주었다.

전에도 은행을 둘러싸고 각종 사고가 터졌지만 해결된 것은 드물다.한은 구미지점사고가 대표적인 예다.사건.사고 외에도 수표위조와 현금위조등은 신용사회의 기본을 흔든다.흔치 않게 부정수표나 위조지폐사건이 보도되지만 범인을 잡았다는 얘기는 듣기 어렵다.

미국의 경우 위폐사범을 단속하는 수사권은 재무부에 있는데 우리의 경우는 검찰의 기소독점 때문에 수사권은 검찰과 검찰의 지휘를 받는 경찰밖에 없다.문제는 이들 기관의 전문성이다.신용질서를 뒤흔드는 영악한 범죄단과 맞서 대항하려면 상응하는 전문성이 요구되지만 아직 신용범죄도 일반범죄 차원정도로 다뤄지고 있다.은행원이 가담하는 신용사고는 감독기구가 아무리 정밀하게 활동해도 잡아내기 어렵다는 것은 국제적 통념이다.

이번 사채업자 거액대출사고도 은행원이 끼었는데 돌아오는 돈을 막지 못하기까지 5개월동안 아무도 몰랐다.따라서 신용사고의 뒤처리를 제대로 하려면 검찰과 은행감독기구및 시중은행 혹은 공인회계사와 같이 수사전문직종과 금융전문직종을 합한 독립적인 수사팀을 만들어야 한다.이런 기구를 만들려면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다소 완화하거나 스스로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물론 사전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은행 스스로가 자율경영풍토 아래서 자체감사기능을 강화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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