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전문가 4人의 추천 교양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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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마음을 살찌우는 여름휴가를 위해 각계 전문가 4명이 각각 3권씩의 교양서를 추천했다. 문학.인문과학.자연과학등 평소 바쁜 일상 속에서 손대기 힘들었던 책들을 살펴본다.

우선 문학평론가 도정일(경희대)교수는 영국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의 '이기적 유전자'(을유문화사刊)를 꼽았다.

“가장 이기적인 동물인 인간이 어떻게 협동사회를 구성하는 가를 생물학적 시각에서 해석한 역저”라고 말한다.

이어 러시아 소설가 예브게니 자미아친의 '우리들'(열린책들)을 들었다.20세기 반(反)유토피아 문학의 고전에 해당하는 책으로 정치.사회 이념을 강요할 때 유토피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통찰을 담고 있다.

도교수는 또 영국 옥스퍼드대총장을 거쳐 영국 제국주의의 관리로 일했던 조지 커즌의 한국.중국.일본 여행기 '100년 전의 여행,100년 후의 교훈'(비봉출판사)도 권했다.“1백년전의 기록이지만 인간의 기본 가치는 도외시하고 권력에만 집착하는 우리 정치권의 후진성을 돌아보게 한다”고 지적한다.

소설가 복거일씨는 경제학자 김정호.공병호씨의 공저 '갈등하는 본능'(한길사)을 지목했다. 원시적 환경에서 오랫동안 진화한 사람들의 몸과 본능이 갑자기 나타난 현대문명에 적응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문제들을 흥미롭게 짚었다고 말한다. 문학작품으론 김원일씨의 장편소설'불의 제전'(문학과지성사)과 마종기씨의 시집'조용한 개선'(문학동네)을 권했다. 전자(前者)가 6.25를 전후한 우리 사회 격변기를 중립적 시각서 복원했다면, 지난 60년 처음 나왔다가 최근 재출간된 후자(後者)는 시가 현대인의 삶을 닮아 복잡다단하지 않았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고 부연한다.

과학평론가 이인식씨는 3권 모두 교양과학서를 추천했다. 첫째로 꼽은 책은 미국의 내분비물질 전문가 테오 콜본등 3명이 지은'도둑 맞은 미래'(사이언스북스).“다이옥신등 화학물질이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성능력을 떨어뜨린 사례를 고발하며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알려 주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 규정한다.

미국의 과학저술가 미첼 월드롭이 지은'카오스에서 인공생명으로'(범양사출판부)는 최근 새로운 이론으로 떠오르고 있는'복잡성'과학의 전모를 인물중심으로 상세히 소개한 경우.미국에서도 베스트셀러로 읽혔던 작품이다.

또다른 미국의 과학저널리스트인 존 호건의'과학의 종말'(까치글방)은“과학의 한계로 인간의 지식탐구가 막다른 길에 들어섰다는 독특한 시각에서 모든 과학분야의 연구현황과 과제를 정리한 책”이라고 평가했다.

번역가 이희재(인문과학 전문서점 운디네대표)씨는 오스트리아 소설가 로베르트 무질의 '세 여인'(문학과지성사)과 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유의 수상집 '사랑과 죽음의 팡세'(문예출판사)를 꼽았다.

'세 여인'이 번잡한 일상생활에선 다소 벗어난 초월적 세계및 신비한 경험의 소중함을 그렸다면 '사랑과…'는 사랑.종교.신앙.죽음등을 다룬 단상(斷想)을 통해 이웃들의 불행에 대한 관심과 공감을 환기한다고. 이씨는 마지막으로 한국문화의 원형질을 확인한다는 의미에서 미술평론가 김영재씨의 '귀신 먹는 까치호랑이'(들녘)의 일독을 제안했다.“우리 전통 민화에 대한 능란한 얘기 솜씨와 치밀한 분석이 독자들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말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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