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닫힌 교육 숨통 틀 계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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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년부터 당장 자동차고.골프고.디자인고가 생겨난다.고교설립준칙주의 도입에 따른 교육현장의 대변화다.이 변화는 평준화정책으로 움치고 뛸 수도 없는 현행 교육체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학생들의 취향과 적성에 따른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닫힌 교육에 숨통을 트는 계기가 된다고 평가한다.

사실 현행 고교교육에선 학생들의 선택의 여지가 없다.맹목적 대학입시가 처음이고 마지막 목표다.적성과 취향,개인의 희망이 무시되는 성적별 줄서기 교육밖에 없다.여기에 평준화정책은 학교간 경쟁력을 없애고 교육자체를 하향평준화시켰다.

이래서 고교설립도 대학과 같은 준칙주의를 도입해 규제를 풀고 설립을 자유롭게 하면서 다양한 고교교육을 하자는게 이 제도도입의 기본발상이다.최소 60명의 학생에 운동장 없는 빌딩학교도 좋다는 것이다.학교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바뀐 시대환경에 부응할 인재를 고교서부터 키워보자는 발상이다.만화.컴퓨터.자동차.영화교육은 이를수록 창의력이 빛날 수 있는 분야다.일종의 조기 실업교육이다.미국엔 뉴욕패션고.항공고가 있고,일본의 야마부키고는 불우청소년을 수용하는 도심 빌딩학교를 운영중이다.

이 특성화학교가 정착하기 위해선 몇가지 사항이 준수돼야 한다.설립이 쉽다고 교육이 부실해져선 안된다.감독청의 학교운영에 대한 철저한 감독이 뒤따르면서 작지만 큰 학교라는 평판을 받도록 유도해야 한다.특성화학교라고 고교교육으로 끝나는게 아니다.대학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생겨날 학생부 평가문제,동일계 대학진학을 원할 경우 어떤 가중치를 줄 것인지에 대한 자세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고교설립준칙이 특성화학교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사학발전을 위한 계기가 돼야 한다.인문계든 이공계든 원한다면 설립을 자유롭게 해 건전 사학육성의 길을 터야 한다.평준화 틀을 허물지 않으면서 고교교육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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