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멋' 파리에 - 맞춤복 컬렉션 처음 여는 在佛 신혜정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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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파리=신예리 기자]패션의 메카 파리.'제2의 샤넬'을 꿈꾸는 디자이너 지망생들이 수없이 몰려드는 곳이다.하지만 그들중 꿈을 이루는 이는 몇이나 될까.2년전 파리의 최고급 패션가 생토노레 한복판에 부티크'샤인 아쉬(Shine H)'의 문을 연 디자이너 신혜정(申惠晸.54.사진)씨는 그 꿈의 한자락을 잡은'운좋은'사람이다.

“79년 남들보다 한참 늦은 30대 중반의 나이에 파리로 와서 이만큼 자리잡았으니 행운이 따라준 셈이죠.하지만 제 패션 인생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디자이너 경력 30년만에 처음으로 오는 7월1일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오트 쿠튀르(맞춤복) 컬렉션을 펼치게 된 것.'샤인 아쉬'로 독립하기전 이미 유명 브랜드'토랑트'의 수석 디자이너로 수차례 패션쇼를 해온 그녀지만 마치 데뷔 때 처럼 마음이 설렌다.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입니다.샤넬이며 지방시 같은 브랜드들이 몇십억원이나 들여 하는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10분의 1 비용에 치르려니 제 손으로 직접 할 일이 너무 많아요.” 대부분 디자이너들이 프레타포르테(기성복) 쇼에서 출발하는데 비해 곧장 오트 쿠튀르 쇼로 뛰어든 이유에 대해 그는“충분한 경험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申씨는 패션학교인 에스모드를 졸업한 후'아제딘 알라이아''디아망 누아르''토랑트'같은 유수 브랜드를 거치면서 맞춤복엔 도가 튼 사람.한번 치수 재고 가봉하면 다시 고칠 필요없이 고객의 몸에 딱 맞아 떨어지게 옷을 지어내는 그녀의 솜씨에 사교계 명사들이 줄줄이 팬을 자처했었다.에디트 크레송 전 프랑스 총리.여배우 이자벨 아자니.사우디아라비아의 발비날리 공주등이 申씨의 옷을 즐겨입은 사람들.이들은 선이 단순해도 여성미가 한껏 살아나는 걸 그녀의 옷이 지닌 매력으로 평가한단다.

“다른데 눈 돌리지 않고 일에만 몰두했기에 지금의 성공이 가능했다고 봅니다.출.퇴근 길에도,식당에 앉아서도 늘 새로운 옷을 만들 생각에 몰두하죠.” 申씨는 일에 바쁜 요즘도 파리5대학에서 패션과 색채학분야 박사과정을 밟고 있을 만큼 학구파이기도 하다.

국내외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이혼이라는 상처를 딛고 파리행을 택했던 그는“'샤인 아쉬'를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로 키워내는 게 내게 남은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설명>

부드러운 모직 소재로 몸매를 자연스럽게 드러낸 투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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