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열전>3. 미당 서정주 - 프로필(2)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미당 서정주(徐廷柱)시인은 자체가 시(詩)인 사람이다.말도 웃음도 걸음걸이도,심지어 화를 낼때마저도 시로 들리고 보인다.하나하나의 행동거지에 민족 특유의 가락과 멋이 들어있다.간단한 영어를 사용할 때도 특유의 우리 말 가락이 어김없이 들어 있다.어떤 말을 해도 그대로 시가 되고 몸 자체가 시인인 미당이 대학 노트에 깨알 같이 쓰고 다듬고 해 발표한 시는 오죽하랴.내로라하는 후배시인들도 그의 시 앞에서는'휘황찬란하게 눈부셔'속수무책으로 투항해올 수밖에 없다.

해서 미당은 일찍부터'시의 정부(政府)'요,시인들을 신민(臣民)으로 거느린'시왕국의 왕'이란 칭호를 받아왔다.

1915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난 미당은 동국대 전신인 중앙불교전문학원을 나와 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41년 첫시집'화사집'이후'귀촉도''동천(冬天)''질마재 신화'등을 거쳐 93년'늙은 떠돌이의 시'에 이르기까지 14권의 시집을 펴내고 있다.동국대교수.한국문인협회이사장등을 역임했으며 대한민국예술원상등을 수상했다.

지난 8일 타계한 박재삼시인을'상좌(上佐)'로 하여 미당의'직계제자'임을 자처하는 시인들은 수두룩하다.대학시절 미당에게서 시창작을 배운 이래 끊임없이 찾아보며 풍모 하나를 통해서라도 여태까지 시적 자세를 배우고 있는 임영조 시인도'수제자'임을 즐겁게 내세우는 시인중 한 사람이다. 이경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