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조건부 해외債 첫 발행 '신용등급 떨어지면 돈 돌려주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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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산업은행이 런던국제금융 시장에서 은행의 신용평가등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되사주는 조건을 붙인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차입한다.국제금융시장에서 발행기관의 신용평가등급이 떨어질 경우 환매해주는 조건이 붙은 채권발행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신용도 때문에 차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금융기관에 본보기가 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16일(현지시간) 런던시장에서 3억달러 규모의 5년만기 유러MTN(중기채권)방식의 채권을 발행키로 하고 인수단 모집에 들어갔다.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먼 삭스사를 주간사로 해 발행되는 이번 채권은 산업은행에 대한 무디스사의 신용평가등급이 A3 아래로 떨어지거나 스탠더드&푸어스사의 신용평가등급이 A- 아래로 떨어지면 투자자들이 환매를 요구할 수 있는 조건이 붙어 있다.

현재 산업은행의 신용평가등급은 무디스사가 A1,스탠더드&푸어스사가 AA-로 각각 평가하고 있어 5년내 최소한 3~4등급이 떨어져야 환매요구를 할 수 있게 된다.

한보철강 부도이후 해외투자자들이 한국금융기관에 대한 신용도를 의심한 나머지 금리를 올리자 신용등급이 떨어질 경우에는 즉시 자금을 찾아가라는 조건을 붙인 것이다. 이같은 환매조건을 붙인 결과 차입금리는 리보(런던은행간 금리)+0.18%로 낮출 수 있었다는게 산업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이는 한보철강 부도 이전에 산업은행 평균차입금리(리보+0.15%)보다는 다소 높은 것이지만 최근 시중은행들의 1년짜리 차입금리(리보+0.5%이상)보다 0.3%포인트 이상 낮은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신용평가등급을 환매조건으로 내건 결과 차입금리를 0.05~0.1%포인트 정도 낮출 수 있었다”며“그러나 5년 이내에 신용평가등급이 3~4등급씩 떨어지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에 자금을 차입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이번 채권발행의 주간사를 맡은 골드먼 삭스사가 대형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아 조만간 채권인수단이 구성될 것이라고 밝혀 자금차입이 완료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정우량 런던특파원.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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