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재정경제원 관료의 '오만과 편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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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레이맨(Layman)'. 전문지식에 어두운 초보자 또는 문외한(門外漢)이라는 뜻.성직(聖職)자와 대비되는 뜻으로 속인(俗人)을 지칭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 재정경제원 관료가 국내 최고 금융전문가 2백여명이 모인 공식 석상에서 금융개혁위원회 전문위원들을'레이맨'이라 몰아세운 촌극이 벌어졌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지난 13일 롯데호텔에서는 한국금융학회 주최로'금융변혁 대토론회'가 열렸다.금융감독체제 개편이 최대의 현안이었던 만큼 청중들의 관심은 토론자로 나선 원봉희(元鳳喜) 재경원 금융총괄심의관과 이상헌(李相憲) 한은 조사1부장의'논리 싸움'에 쏠렸다.

그러나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두사람의 대결이 아니라 元심의관의 과감한(?) 발언이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중평이다.

元심의관:“법률 제.개정권을 수반하는 금융감독 업무를 총리실 산하의 금융감독위원회로 이관하는 것은 무리다.금감위원장은 국무위원이 아니므로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이같은 내용을 담은 금개위안은 레이맨들이나 만들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다.” 금개위 전문위원:“법제처 실무자들과 논의했다.아무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들었다.” 元심의관:“내가 아는 바로는 그런적 없다.” 이 수준에서 멈추지 않았다.그는“효율적 통화신용정책을 위한 건전성 감독은 현재 한은 자금부 인력으로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중앙은행 임원들이나 판단함직한 사안에 대해 단언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재경원 관료의'나만 안다는 식'의 행동에 놀랐다는 반응이었고 경제학박사 한사람은“현실이 이런데 논문을 쓰면 뭐하냐”는 자조섞인 농담을 던졌다.

한은 직원들은 현재 금융감독체제 개편안에 대해“감독기능을 금감위로 이전한다면 결국 재경원 권한만 강대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한은직원들의 반응을'이유없는 피해의식'으로만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바로 이와같은 재경원 특유의'오만과 편견'때문이다.

박장희 경제1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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