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영국 왕실보석관리사 토머스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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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신임총리 선출후 처음 열린 지난달 14일의 영국국회 개원식.매년 개원 연설을 맡아온 여왕의 머리에선 올해도 어김없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크다는 3백90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박힌 대영제국왕관이 빛나고 있었다.보통때는 런던탑 주얼하우스에 전시된 많은 왕관들 중에서도 특별히 전시대 앞에 이동레일이 깔려 있어 일반인들은 멈춰서서 구경할 수조차 없는 보물.그 왕관을 며칠씩 어루만지며 변함없이 화려한 빛을 내도록 하는 사람이 있다.바로'크라운 주얼러'라고 불리는 왕실보석관리사 데이비드 토머스(55.사진).“1년에 한번씩은 손질을 해주어야 광택을 유지할 수 있어요.주로 밤에 작업하는데 분야별 전문가들을 데리고 하는데도 웬만한 왕관 하나 손질하는데 이틀씩 걸립니다.기계세척이 불가능한 완벽한 수작업인데다 마모제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죠.하지만 대영제국의 혼이 살아 있는 보석들을 만진다는건 정말 근사한 일입니다.” 왕에 의해 지정되는 크라운 주얼러는 전국에서 단 1명뿐인 종신직.고교 졸업후 화려한 보석의 세계에 매료된 토머스에게 자연 크라운 주얼러는 인생최대의 목표였다.작은 보석상에서 야간과정을 통해 디자인.세공.감정등 보석과 관련된 것은 모두 익혀온 그에게 86년 마침내 기회가 왔다.1843년 빅토리아여왕시대 이래 공식 크라운 주얼러 지정보석상인 2백60여년 전통의'개라드'에 들어가게된 것.그로부터 5년후 전 크라운 주얼러가 사망하자 토머스는 엘리자베스여왕에 의해 새로운 크라운 주얼러로 임명받았다.

“이젠 영국왕실도 왕이 바뀔 때마다 왕관을 완전히 새로 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주로 기존 왕관에서 원형은 남기고 보석들만 뽑아서 새로 세팅하거나 크기를 조절해 사용하죠.현재의 대영제국왕관도 조지6세보다 머리가 작은 여왕을 위해 특별히 크기만 조절한 것이죠.” 개라드에서 받는 보수 외엔 특별히 따로 받는 것도 없는 명예직 크라운 주얼러.그 야심을 이룬 토머스에게 소원이 하나 더 있다면 죽기전에 새로운 국왕의 왕관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다. 런던=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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