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금지 무기 사용 의혹” 이스라엘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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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휴전 3일째를 맞은 가운데 국제사회가 전후 처리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AP통신이 21일 보도했다.

국제사회는 우선 가자지구에서 국제법상 금지된 무기 사용 여부와 인권 침해에 대해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스라엘이 방사선 물질인 열화우라늄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멜리아 플레밍 IAEA 대변인은 “아랍국들의 이런 주장을 담은 서한을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에게 전달했다”며 “이 서한 내용을 회원국들에 통보한 후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조사 일정은 회원국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아랍국들의 주장을 일축하고 자체 조사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열화우라늄으로 만든 포탄은 탱크나 장갑차를 쉽게 뚫을 수 있지만, 이 물질이 인체에 흡수되면 폐 등에 심각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외신들은 또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과 지난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이 가자지구에서의 인권 침해 문제를 조사할 유엔 조사단장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번 주말께 조사단장을 임명해 가자지구에 파견할 예정이다.

유엔은 이날 가자지구 복구를 위해 이스라엘 측에 국경 봉쇄를 풀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무기 밀반입을 문제 삼아 가자지구를 19개월째 봉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자지구에는 식량·의약품 등 기본적인 생필품 외에는 반입이 제한돼 있다. 외신들은 하마스가 가자지구 통치권을 유지할 경우에는 전후 복구 사업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이스라엘과 접촉할 계획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일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남부 스데로트 지역을 잇따라 방문해 피해 상황을 살펴봤다. 그는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파괴된 가자시티 내 유엔 건물을 둘러봤다. 유엔은 이 건물 창고에 가자 주민들에게 지급할 생필품을 보관해 왔는데 이번 공격으로 상당 부분이 소실됐다. 반 총장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에 절망과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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