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들 “임금 몇 달치나 밀렸는데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금융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C&중공업의 협력업체 태경산업은 지난해 7월부터 C&중공업으로부터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크레인·트레일러 등 장비운영을 담당하는 이 회사는 매달 9000만원가량을 받아야 하지만 C&중공업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이를 받지 못한 것. 이 때문에 회사는 직원 30여 명에게 월급을 40% 정도만 주고 있다. 이 회사의 서영주 사장은 “친척 돈까지 빌려 월급을 주고 있다”며 “직원들은 당장 일감이 없으니까 일당을 벌려고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광주광역시 수완지구에 있는 대주건설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이 공사가 중단된 채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조선·건설업계의 구조조정 여파로 하청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가 직원 월급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으며 연쇄도산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C&중공업은 협력업체가 400여 개, 대주건설은 협력업체가 1700여 개에 달한다.

C&중공업이 위치한 목포 상공회의소의 최창원 사무국장은 “협력업체의 연쇄도산 가능성이 크다”며 “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줘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C&중공업의 협력업체인 대원쇼트기계의 김진일 대표는 “임금이 밀리고 지난해 C&중공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자 협력업체 직원의 약 40%가 회사를 떠났다”며 “이들 대부분은 다른 곳에 취업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들 상당수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했으며 이번 설에 고향에도 갈 수 없는 신세가 됐다” 고 말했다. 또 다른 협력업체 S사는 7월부터 임금이 밀려 있다. 이 때문에 직원이 80명에서 40명으로 줄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 회사 사장은 “C&중공업 관련 일을 했던 직원은 먹고살 일이 어려워졌다”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워크아웃 대상 업체 가운데 동문건설·신일건업 등에 철근을 납품하고 있는 A스틸사의 안모 사장은 “최근 한 업체에 철근 2억원어치를 납품했는데 워크아웃 발표가 나자 은행에서 구매대출을 중단해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매대출은 은행이 납품물량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건설사에 대출해 주는 것이다. 그는 “중소기업은 돈이 제때 돌지 않으면 망하기 십상”이라며 “정부에서 협력업체 지원방안을 빨리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병주·함종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