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학생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하다.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악화 때문이다. 아사히(朝日) 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올해 대입의 특징을 ‘안·근·소(安·近·少)’로 분석했다. 일본에서 안(安)은 싸다는 뜻으로 통한다. 입학금· 등록금이 사립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국공립대와 집에서 가까운 대학을 선호하고, 입시전형료 절감을 위해 지원 학교 수를 줄인다는 것이다.
유명 입시학원인 가와이(河合)학원이 지난해 12월 전국 고교의 진학 상담 교사 177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67%가 “경기 악화가 고교생의 진로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지난해와 비교하면 ▶장학금 지급 대학을 희망하는 학생 급격히 증가 ▶집에서 통학 가능한 대학 선택 ▶국공립대 지향 ▶지원 학교 수 축소 등을 달라진 점으로 들었다.
도쿄도 히가시무라야마(東村山)시에 사는 한 여학생은 공무원 아버지와 파트타이머로 일하는 어머니, 한 살 아래 남동생과 함께 산다. 국립대인 히토쓰바시(一橋)대를 가장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실패하면 입시학원 비용이 드는 데다 내년에는 동생과 함께 입시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재수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당초 7개 사립대를 지원하려 했지만, 전형료 부담 때문에 5개로 줄였다.
도쿄=박소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