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입 지원 ‘안·근·소’ 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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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일본의 대입 센터시험(한국의 대입수능시험)이 17~18일 전국 738개 고사장에서 치러졌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 감소로 수험생 수는 매년 감소 추세다. 올해는 54만3981명이 전국 797개 대학에 지원했다. 평균 입시 경쟁률은 역사상 최저인 3대 1이다.

그런데도 학생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하다.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악화 때문이다. 아사히(朝日) 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올해 대입의 특징을 ‘안·근·소(安·近·少)’로 분석했다. 일본에서 안(安)은 싸다는 뜻으로 통한다. 입학금· 등록금이 사립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국공립대와 집에서 가까운 대학을 선호하고, 입시전형료 절감을 위해 지원 학교 수를 줄인다는 것이다.

유명 입시학원인 가와이(河合)학원이 지난해 12월 전국 고교의 진학 상담 교사 177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67%가 “경기 악화가 고교생의 진로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지난해와 비교하면 ▶장학금 지급 대학을 희망하는 학생 급격히 증가 ▶집에서 통학 가능한 대학 선택 ▶국공립대 지향 ▶지원 학교 수 축소 등을 달라진 점으로 들었다.

도쿄도 히가시무라야마(東村山)시에 사는 한 여학생은 공무원 아버지와 파트타이머로 일하는 어머니, 한 살 아래 남동생과 함께 산다. 국립대인 히토쓰바시(一橋)대를 가장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실패하면 입시학원 비용이 드는 데다 내년에는 동생과 함께 입시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재수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당초 7개 사립대를 지원하려 했지만, 전형료 부담 때문에 5개로 줄였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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