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재주꾼 이수근 “하던 대로 하니 뜨던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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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개그콘서트’ 녹화 중 짬을 내 만난 이수근은 “공개 코미디는 대중과의 호흡을 잃지 않기 위해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권일운 인턴기자]

 예능계의 정글 속이 궁금하면 주말 저녁 TV를 켜라. ‘무한도전’(MBC) ‘해피선데이-1박2일’(KBS2) ‘패밀리가 떴다’(SBS) 등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보고 있노라면 예능인으로 산다는 게 쉽지 않음을 절감하게 된다. 이미지·체면 다 던지고 ‘리얼’한 본 모습을 공개하는 이 장(場)에선, 난다 하는 입담꾼들도 본전을 못 뽑고 사장되기 일쑤다.

그러니 ‘1박2일’의 이수근(34)은 대견하다 못해 신통하다. 얼마 전 ‘상상플러스’ MC를 꿰차고 연말 연예대상 쇼오락부문 신인상까지 수상했다. ‘1박2일’ 초반, “차라리 동상을 세워놓는 게 낫겠다” “(말주변이 없어) 반만년이 지나도 MC 못할 것”이라는 구박을 돌이켜보면 괄목상대(刮目相對)다. 그가 깨우친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살아남는 법’은 무엇일까.

◆동료는 나의 힘, 팀워크 살려라=“초반엔 다른 사람이 얘기할 때 제가 칠 멘트만 생각했어요. 자연히 리액션이 부족하고 따로 놀았죠. 기껏 멘트해도 편집되기 일쑤였어요.” 공개 코미디와 달리, 짜인 상황이 없다는 게 큰 부담이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낯설었던 것이다. 명색이 전업 개그맨. 옆에서 가수들이 ‘허당승기(이승기)’ ‘은초딩(은지원)’으로 치고 나갈 때, 조바심이 안 들었다면 거짓이다. “제 키가 워낙 작긴 하지만(프로필 공식 키 1m68cm), TV에서 제가 작아보인 건 처음이었어요. 개편 때 잘릴까 잠 못 이루기도 했죠.”

기를 못 펼 때 밀어준 게 동료·제작진이다. “착실하고 열정적인 후배”라며 그를 데려온 강호동이 일차 지원군이었다. 짬짬이 이수근이 제안하는 게임을 시원시원 받아줬다. 보조 MC 대우를 한 격이다. “강호동의 드센 리더십을 보완해주는, 안정적인 느낌이 있다”(나영석 PD)는 판단에 힘이 실렸다. 지상렬로부터 구박 받는 모습도 ‘웃음’ 코드로 포장됐다. “덕분에 카메라를 한번이라도 더 받게 되더라고요. 저를 띄워주려는 걸 이해하니까 차츰 마음 편히 하던 대로 하게 되더군요.”

‘하던 대로’가 빛을 발한 게 각종 야생 체험이다. “원래 시골(경기도 양평) 출신이니까 나무 베고 불 때는 게 일이죠. 사람들이 ‘쟤도 할 줄 아는 게 있네’ 하며 신기해하대요.” 도시 시청자의 호기심을 사면서 ‘일꾼 수근’ ‘운전 수근’으로 자리 잡았다. 요즘은 “기존 멤버들의 캐릭터 약발이 떨어질 즈음 프로그램에 의외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이우정 작가)는 평가를 받는다.

◆고여 있는 캐릭터는 썩는다=얼마 전 포털사이트에 이수근의 연관 검색어로 ‘이수근 중국어’ ‘이수근 통역’이 등장했다. 소위 ‘심야 개그’로 선보인 엉터리 중국어 동시 통역이 폭발적 반응을 얻으면서다. “카메라 꺼지면 제일 웃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원래 카메라 의식 안할 때 팡팡 터뜨리는 편이다. “나 가위바위보 귀신이야. 너희들 다 이기면 어쩔 건데” 하고 호기롭게 큰소리치는 강호동에 맞서 “그럼 잘하는 거죠” 하고 김 빼놓는 엉뚱함이 발군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입문한 지 이제 3년째잖아요. 앞으로 차근차근 보여드릴게요.”

최근엔 ‘운전 수근’ 캐릭터를 프로그램 바깥에까지 뻗쳤다. 대한민국 방방곡곡에서 만난 고마운 분들을 버스에 태우고 여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올 봄으로 예정된 이 행사는 현재 1만여 개인·단체가 신청했을 정도로 인기다. 시청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대형 면허를 따는 과정에서 단독 샷까지 받았으니 일석이조다. “이제야 예능 감(感)을 잡은 것 같아요. 좋은 MC란 카메라를 끌고다녀야 한다는 말을 이해하게 됐어요. 요즘은 동료들과 서로 띄우고 빠지는 게 척척이죠.”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떠서 좋은 건 “이제야 ‘개콘의 개그맨’이 아니라 개그맨 이수근으로 알아봐준다”는 것. “10년 목표로 MC 길에 접어들었으니 이제 7년 남았네요. 호동이 형, 긴장하세요! 이제 감 잡았다니깐요, 하하.”

강혜란 기자 , 사진=권일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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