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북클럽 내년 상륙 - 독일 베르텔스만 그룹 美본부장 訪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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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세계적 북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독일의 베르텔스만그룹이 우리나라 출판유통 시장에 진출한다.

베르텔스만은 타임워너그룹과 뉴스코프그룹에 이은 세계 제3위의 종합미디어그룹.출판.음반.방송등 3백여개 회사를 소유한 다국적 기업이다.특히 북클럽은 서유럽은 물론 동유럽.미국.뉴질랜드등 세계 곳곳의 2천5백만명 회원을 자랑하고 있다.아시아권에도 중국 상하이(上海)에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올해 1월부터 영업에 들어가 현재 6만여명의 회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르텔스만의 한국 진입은 3년전부터 준비됐다.올해까지 한국시장에 대한 기초조사를 벌였고 미국 본부장에 해당하는 밴텀 더블데이 벨사 피터 올슨 회장이 지난주 방한,국내 파트너를 적극적으로 물색하고 있다.

올슨 회장은 중앙M&B.조선일보사.웅진출판을 방문,사업개요를 설명했으며 민음사.시공사등 주요 단행본 출판사를 찾아 국내진출에 대한 반응도 조사했다.

그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한국은 중국보다 시장규모나 자본력.문화인프라가 단단하고 잠재력 또한 크다”며“파트너가 결정되는대로 회사를 세우고 내년말이나 99년초부터 영업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또한“베르텔스만과 한국회사의 자본참여는 50대 50선에서 결정하고 초기 회원은 50만명 정도가 목표”라고 덧붙였다.

우리에게 다소 낯선 북클럽은 미국.유럽등에선 널리 정착된 유통형태.국내에서도 개개출판사 차원에서 회원들에게 책을 판매하고 있지만 북클럽은 여러 출판사들의 책을 모아 전화.우편등 통신판매를 통해 독자들의 손에 곧바로 책을 전달하는 거대 상업조직이라는 점에서 구분된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회원증대를 위해 회비를 납부한 독자들에게 처음엔 3~5권의 책을 단돈 1달러에,그 다음부턴 정가에서 다소 할인된 가격에 배달하는 체계가 자리잡고 있다.문학.철학.과학.실용서등 여러 분야를 포괄하며 최근에는 종교.아동등 분야별로 특화되는 양상이다.

베르텔스만의 한국진출은 영세 도매상 난립등 낙후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도서유통계에 큰 회오리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출판사들의 신간을 위탁받아 판매대금을 장기어음으로 끊어주는 국내 도매상들과 달리 북클럽은 책 제작단계부터 출판사와 협의,제작비를 일부 지원하고 일단 주문한 책은 책임지고 소화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외국출판사들은 통상적으로 책을 북클럽용과 일반판매용 두가지로 제작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 출판사들은 국내 출판계의 고질병인 반품이 줄어드는 동시에 판매부수 예측도 어느 정도 가능해진다는 면에서 베르텔스만의 진입에 은근히 기대를 걸고 있다. 올슨 회장은“한국 유통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물음에“독자들의 책 구입경로가 다양해져 출판시장은 오히려 확대될 것”이라고 답했다. 박정호 기자

<사진설명>

독일 베르텔스만그룹의 미국본부장인 피터 올슨.한국에도 북클럽을 만들어 이르면 내년말부터 우리나라에 진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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