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大選자금 발빼기 - 한보 제공설 사실무근 이례적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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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기수(金起秀)검찰총장은 9일 박정규(朴正圭)대검공보관을 통해 이례적인'알림'자료를 냈다.

A4용지 한장의'알림' 내용은 정국을 초긴장 상태로 몰고 있는 한보 정태수(鄭泰守)총회장의 대선자금 제공설을 한마디로“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한 간단한 내용이었지만 전례없던 검찰의 대응으로 주목을 끌었다.

또 이날 오전과 오후 심재륜(沈在淪)중수부장도 긴장된 표정으로“鄭총회장이 검찰에서 92년 대선 당시 김영삼(金泳三)후보측에 9백억원을 줬다는 진술을 했다는 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재차 못박았다.

沈중수부장은 이어“鄭총회장이 1,2차수사(첫수사와 재수사)에서 샅샅이 조사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鄭총회장은 물론,다른 피의자의 입에서도 대선자금이 진술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대선자금과 관련,鄭총회장 검찰 진술내용과 정황이 구체적으로 폭로되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 검찰 공식입장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문에 대해 검찰은 鄭총회장 담당수사진의 입을 통해 이를 부인한데 이어'정보조작 의혹'까지 제기했다.

즉 김현철(金賢哲)씨 구속을 향해 수사망이 압축되는 시점에서 한보측의 대선자금 제공설이 잇따라 불거져 수사가 정치적 쟁점으로 변질되는 상황이'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수사관계자는“한보사건 수사과정에서 대선자금 관련 검찰진술이 아예 없었는데 김현철씨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자 대선자금 제공설이 폭로성 보도를 통해 터져나오는 것을 보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고 말했다.

즉 검찰은 대선자금을 손댈 수 없을 것이라는'확신'을 갖고 있는 측이 한보및 김현철씨 수사와 대선자금을 연계시켜 검찰의 수사확대를 통제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로는 검찰도 재수사착수 이후 鄭총회장의 대선자금 제공설이 불거지고 있는 책임의 일단이 검찰측에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는다.수사 착수 당시 鄭총회장의 아들인 정보근(鄭譜根)회장을 사법처리하지 않고 재산압류등을 하지 않아 검찰과 鄭총회장이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당시 鄭총회장 조사를 특정 수사검사가 독점하고 수사검사(연구관)-주임검사(과장)-중수부장-검찰총장으로 이어지는 보고채널마저 징검다리식으로 변칙 운영됐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첫수사에 참여했던 검찰관계자는“참고인 조사를 위해 鄭총회장을 직접 수사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진술내용을 담당수사팀으로부터 전해듣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고 실토하고 있다.

대선자금 문제만은 결자해지(結者解之)차원에서 정치권이 스스로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검찰 입장이지만 사태진전으로 보아 검찰의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게 검찰 주변의 현실적인 우려다. 권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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