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의 중국산책] 중국, 왜 8%에 집착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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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국경제의 화두는 단연 '바오빠'(保八)다.
바오빠가 뭔가. 바보 오빠의 준말이라도 되나. 물론 아니다.

중국어를 아는 양반, 또는 중국경제를 아는 분이야 어려운 말 아니다.
경제성장률 '8%를 지키자'는 뜻이다.

원자바오 총리 시대 들어 10% 넘는 고공 비행을 하던
중국이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맞아 8%로 연착륙 하자는 것이다.

사실 이 '바오빠'는 11년 전인 1998년,
원자바오의 전임인 주룽지 총리 시절에 유행했던 말이다.

그 해 3월 총리에 오른 주룽지는
98년 목표로 책정된 경제성장률 8% 달성하느라 그야말로 혼쭐이 났다.

덩샤오핑에 의해 '경제를 아는 인물'이란 평가를 들으며
중국경제의 짜르로 등극했던 주룽지가 아니던가.

총리 취임 첫해부터 스타일 구기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했건만
97년 말부터 밀어닥친 아시아 금융위기 여파에 결국은 바오빠에 실패했다.

때문에 이듬해 봄 전인대에서 99년 경제성장률 목표를 밝힐 때
주룽지는 그 해에는 7% 내외의 성장을 예상한다고 에둘러 말해야 했다.

98년 '바오빠'를 외쳤다가 당한 망신을 잊지 않은 것이다.
이 바오빠가 11년 만에 다시 중국에서 부활해 대륙을 휘젓고 있다.

중국은 왜 걸핏하면 목표 경제성장률로 8%를 내세우는 것일까.
올해 2~3% 성장도 쉽지 않은 우리로서는 적지 않게 약오르는 수치인데 말이다.

중국사회과학원 인구및노동경제연구소 부소장으로 있는
장처웨이(張車偉) 선생은 중국의 빈곤 지역인 농촌을 이유로 든다.

'중국의 농업노동생산성이 대폭 제고됨에 따라
농촌에는 대량의 유휴 노동력이 발생하게 됐는데
만일 중국경제가 8% 이상의 성장을 하지 못한다면
이같은 농촌의 잉여 노동력이 제2, 3차 산업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이에 따라 농촌 수입이 줄며, 전체 중국의 발전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놀고 먹는 농촌의 한량들에게 일거리를 주려면 8% 성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또다른 해석도 있다.
1% 성장에 약 일자리 100만개가 창출되기 때문에
매년 사회로 쏟아져 나오는 수백에서 수천만의 인력 흡수에 절대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 재미있는 해석은 생활수준 향상 측면이다.

8% 중 2%의 성장은 새로 태어난 아이들이 현재의 생활수준 도달에 필요한 몫이다.
4%는 현재 인구가 생활수준이 개선됐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데 요구되는 수치다.

나머지 2%는 중국이 경제발전 원동력을 유지하며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혀가는데 필요한 수치라는 것이다.

때문에 중국의 정책 당국자는 중국경제 연착륙의 수치로 8% 성장을 외친다는 것이다.
물론 98년 '바오빠'에 이어
2003년 이후 원자바오 총리 시대 들어서도 '바오빠'가 제기되곤 했었다.

그러나 원자바오 시대의 바오빠는 10% 넘는 과열 성장의 열기를 식히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8%에 못미칠까봐 조바심을 내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4조위안을 푼다고 하지만
실제로 중국 전역에 깔리는 돈은 18조위안(약 3600조원)이라고 한다.

중국의 다급함이 절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중국의 바오빠는 강 건너 불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경제에 목을 메고 있는 우리 입장을 보면 말이다.
자, 이제 중국을 향해 8% 달성하라고 '자요우'(加油, 힘내라)라고 외쳐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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