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주식 장외시장 활성화시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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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요즘같은 경기 침체기엔 유망한 기술을 갖고 있지만 자금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중소업체들이 많다.이럴 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주식장외시장(KOSDAQ)을 통한 자금 조달이다.

주식장외시장은 증권거래소에 직접 상장할 요건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공개창구를 통해 자금의 직접 조달이 필요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들을 위한 주식시장이다.증권거래소에서 이뤄지는 기존의 증권시장은 상장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자금 조달이 절실한 벤처기업들은 혜택을 거의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이에 비해 코스닥증권은 상장요건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쉽게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코스닥시장을 통한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은 아직까지는 미흡한 점이 많다.경쟁매매제도 도입.세제지원등 잇따른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대주주들은 여전히 장외시장을 완전한 주식시장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지분이 널리 분산되지 않아 등록법인들이 유.무상 증자를 통해 일반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것이 힘든 것도 문제점중 하나다.

입찰방식으로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기업들이 상장기회만 엿보고 있는 것도 문제다.코스닥시장을 명실상부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로 키우겠다는 것이 정부 정책이다.그런데 이들마저 기존 등록법인들과 마찬가지로 코스닥시장을 상장기업으로 가는 정거장쯤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미국이 자랑하는 장외시장인 나스닥(NASDAQ)은 이미 미국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뿐만 아니라 여타 기업성장의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다.세계적인 초우량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경우 뉴욕 증권시장에 상장할 필요없이 나스닥 시장을 통해 완벽한 자금 조달을 받고 있다.

앞으로 우리도 코스닥시장에서 지금보다 더 활발한 거래가 이뤄져야 하며 코스닥시장이 벤처기업들 기술개발의 젖줄 역할을 해야 한다.예를 들어 기관투자가들도 코스닥시장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든가,상장주식과 같이 현금이 완전히 준비되지 않더라도 주식을 살 수 있어야 하는등 주식거래자들의 편의를 도모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이밖에도 코스닥시장 출범의 본래 의미대로 첨단기술 업종을 지원하기 위해 일반 주식과 분리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첨단의료기술.생명공학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 경제를 다시 살리는 길이고 이를 담당할 주역이 바로 기술 집약형 중소기업인 벤처기업이다.코스닥시장은 기술력과 모험심으로 한국 경제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벤처기업들의 건전한 자금 조달과 육성의 창구가 돼야 한다. 윤석민〈웹인터내셔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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