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공포는 만들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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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광우병 논란’은 실제 위험보다 과장된 ‘만들어진 공포’에 근거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26일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위생조건을 명시한 농림수산식품부 고시(6월 26일 관보 게재)는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9만6000여 명의 청구인을 모아 낸 헌법소원 사건을 기각하면서다. 민변과 진보신당 등은 당시 “광우병 위험성이 높은 미국산 쇠고기를 철저한 검역 없이 수입하게 함으로써 이를 먹게 될 것이 확실한 청구인들의 생명권 등을 침해했다”며 “농식품부 고시가 국민의 보건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헌재의 재판관 9명 중 ▶기각 5명 ▶각하 3명 ▶위헌 1명의 의견이 나왔다.

헌재는 다수 의견을 통해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국제기준과 현재의 과학기술 지식 등을 토대로 볼 때, 고시상의 보호 조치가 체감적으로 완벽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쇠고기 소비자인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기에 전적으로 부적합하거나 매우 부족해 국가가 헌법상 보호의무를 명백히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조치를 했다면 해당 고시를 위헌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5월 29일에 발표된 수입 위생조건 고시는 30개월령 미만 소의 특정위험물질 범위를 축소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정부는 촛불집회가 이어지며 여론이 악화되자 미국과 추가협상을 통해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 미국 내 작업장을 중단시킬 수 있는 내용 등을 추가했다.

헌재는 민변 등의 청구를 기각한 이유로 ▶최근 들어 미국에서 광우병의 추가 발병이 확인되지 않았고 ▶광우병 감염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한 여러 보호조치가 있는 점 등을 들었다. 고시를 보완하기 위해 가축전염병예방법이 개정되고 추가로 검역 및 검사 지침과 원산지표시제 등이 시행된 점 등도 헌재는 기각 이유로 내세웠다. 헌재는 또 ‘고시가 검역주권, 법률유보의 원칙, 적법절차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 등을 위반했다’는 청구인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취재선진화’ 헌법소원은 각하=헌재는 또 일부 언론 등이 “기자실을 통폐합하고 언론의 취재원 접근을 제한한 노무현 정부의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이 언론 자유를 침해했다”며 낸 헌법소원은 각하했다. 헌재는 “(이명박) 정부가 해당 조치를 모두 폐기하면서 이전 상태로 회복됐기 때문에 주관적 권리 보호의 이익은 소멸됐다”고 밝혔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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