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식량 추가지원 약속 북한, 자산동결 해제로 오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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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이 19일 중앙통신과 중앙방송을 통해 느닷없이'북.미간 미국내 북한자산 동결해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를 즉각 부인했고 우리 정부 역시“그런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전후 정황을 종합해 보면 북.미간 그러한 합의는 없었던게 거의 틀림없어 보인다.그러면 북한은 왜 엉뚱한 내용을 공식 발표했을까.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측이 뭔가 오해한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외무부 한 당국자는“미국은'북한이 4자회담에 나온다면 미국내 북한자산의 동결해제와 추가 식량지원을 약속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이미 한.미가 1백만 규모의 식량지원을 약속하면 4자회담을 수락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므로 미국의'추가 식량지원 약속'을'4자회담 원칙합의'정도로 파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특히 북한은 그동안 4자회담 제안자를 미국이라고만 밝히며 남한은 철저히 배제했으나 이날'남조선'도 제안자로 처음 인정,4자회담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결국 북한은 4자회담에 참석하는 대가로 미국 정부로부터 대규모 식량지원을 약속받은 것으로 오해했다는 것이 정부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일부에선 한.미와 북한간 모종의 합의가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미 국무부는 이날 국제기구가 대북(對北)식량지원을 호소할 경우 추가원조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도 20일 인도적 차원의 대북 추가 식량지원을 검토중이라고 한게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어쨌든 이번 발표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더라도 4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긍정적 태도를 내비친 것으로 식량지원 규모에 대한 타협만 이뤄진다면 4자회담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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