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 교체로 한보재수술 채비 - 與, 대검中搜部팀 왜 바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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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권이 기어이 검찰의'한보 수사팀'을 교체키로 방침을 세웠다.전례가 드문 일이다.검찰로서는 큰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여권 전체에 더 화급한 일은 한보 수렁 탈출이고,국민 신뢰 회복이다.이를 위해 검찰은 제물이 되는 셈이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20일 “수사 현실상 누가 (수사)한다고 해 큰 차이가 있겠느냐”면서도 “그래도 (수사팀을)안바꾸는 것보다 바꾸는게 낫다”고 했다.정치적 고려가 짙게 깔려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현 정권의 입장에선 한보사태와 관련한 모든 의혹들을 그래도 칼자루를 쥐고 있을 때 마무리하는게 낫다.

그러자면 매도 미리 맞는게 낫고,그러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수술을 통해 미리'객관적'검증을 받아두는 것이 좋다.노태우(盧泰愚).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의 경우는 산 교훈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검찰도 이미 각오가 섰다.한 고위관계자는“국민 여론이나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다.바꾼다는 방침이 선 것은 일단 사실”이라고 말했다.검찰은 그러나 아직 교체 명분은 찾지 못한 듯하다.검찰의 수치심을 적당히 분식(粉飾)하고 일선 검사

들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해법 찾기에 골몰하는 인상이다.검찰 고위관계자는“전례가 없기 때문에 최상엽(崔相曄)법무장관의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5공때 저질연탄 문제를 적발한 수사팀 전원이 인사조치당한 일이 있긴 있다.연탄이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섣불리 수사하는 바람에 생산량이 급감,서민들만 피해봤다는 동자부측의 주장으로 全斗煥대통령이 수사팀에 책임을 물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수사팀을 바꿀 경우 한보 수사 그 자체가 형편없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사팀을 내놓고 문책하지 못하고 체면치레를 위한 어떤 변명거리를 찾아야 하는 옹색한 처지다.

검찰은 수사팀 교체 시기를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한보사건 수사기록 검증 직후인 다음주말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특위에 대한 현 수사팀의 보고과정에서 수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될 것인 만큼 그때 가면 수사팀 교체 명분도 자연스레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같다.

검찰 수사팀 교체방침에 대해 신한국당측은“큰 짐을 덜었다”(A특위위원)며 반기는 기색이다.민주계의 한 의원도“김현철(金賢哲)씨를 국회 증언대에 세우고 검찰의 재조사까지 받도록 결정한 마당에 검찰 수사팀을 교체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고 환영하면서“앞으로는 야당도 무작정 정치공세만을 펴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종혁.이상일 기자>

<사진설명>

21일부터 시작되는 한보 국정조사를 앞두고 특위직원들이 20일

한보철강등 각기관에 자료제출 요구서 발송을 준비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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