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던 민주계 중심잡기 나서 - 중진들 '민주화 세력모임' 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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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갈팡질팡하던 신한국당내 민주계가 진로의 가닥을 잡고 있다.3선 이상 민주계 중진의원 13인은 18일 낮 모임을 갖고 행동통일을 다짐했다.아예'민주화세력모임'이라고 이름도 붙였다.모임도 정례화했다.이들은 또 간사장으로 서석재(徐錫宰

)의원을 정했다.앞으로 발표등은 徐의원을 단일창구로 하기로 했다.徐의원은“정권 재창출을 위해 단합하고 한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일단은 상당한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날 저녁에는 최형우(崔炯佑)고문의 회복을 기원하는 모임을 가졌다.참석의원은 46명.유동적인 정국상황임에도 대거 참석해 崔고문의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대부분 민주계와 신민주계로 분류되는 초선의원들이지만 그동안 崔고문과 가까이 지내

던 민정계 의원들도 참석,崔고문의 쾌유를 빌었다.참석자들은“崔고문이 없으니 비로소 그의 빈자리가 큰 것을 알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자리에서는“오늘(18일) 崔고문이 눈을 뜨고 왼손으로 얼굴을 만졌다.두달정도면 의사표현이 가능할 것이란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는 병원소식도 전해졌다.민주계 의원들은 거듭 행동통일을 다짐했다.

관심을 끄는 것은 민주계가'세(勢)유지'에 그치지 않겠다는 방침이라는 점이다.이들은'세확산'작업에 나설 뜻을 밝히고 있다.徐의원은“문민정부 창출에 기여했던 초.재선의원들과 원외지구당위원장,관계(官界)인사들까지 모두 끌어모으기로 했

다”고 했다.총동원령인 셈이다.

이처럼 가닥이 잡힌 이유는 경선논의를 뒤로 미루기로 했기 때문.중진 모임에선“대선주자들에 대한 검증기간은 앞으로도 많다”며“우선 뭉치는게 급선무”라는 결론을 내렸다.'선(先)단합 후(後)경선'으로의 입장정리다.徐의원은“우리가 뭉쳐

있어야 대선주자들도 목소리를 자제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민주계가 교통정리를 맡을 수도 있다는 뜻같다.

이같은 민주계의 단합은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치고 있다.당장'이회창 대 반(反)이회창'구도는 민주계가 가세한 정립(鼎立)구도로 바뀌게 됐다.결속이 유지될 경우 후보옹립 뿐 아니라 대선에서 킹 메이커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더구나 중

진 모임에선“더이상 YS우산 속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주장도 개진됐다는 후문이다.여권의 경선구도는 더욱 복잡하게 됐다. 〈박승희 기자〉

<사진설명>

최형우고문의 와병으로 신한국당 민주계의 결속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계파 중진인 박관용사무총장과 서석재의원이 1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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