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건설업 변신만이 살길-계열사와 공동전략 환경변화 맞서 활로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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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현대그룹은 최근 정몽헌(鄭夢憲)그룹부회장에게 건설.종합상사.전자 외에 엔지니어링 회장까지 맡도록 했다.

시공능력은 자타가 인정하는 국내 최고이나 금융.영업.설비부문이 취약한 현대건설의 사업확대를 위한 포석이 인사배경이다.

건설업으로 출발한 성원그룹은 95년 이후 4개의 금융회사를 인수.설립하면서 변신을 꾀하고 있다.시장여건상 건설만으론 먹고살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이처럼 건설업계는 요즘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시장개방으로 나라 안팎에서 건설사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데다 주요 수익원인 주택경기는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최근 터져나온 한보사태는 건설업계의 위기감을 증폭시켜 사업구조 조정이나 수주패턴변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계열사와의 공동전략=단순수주공사에 매달려온 대형 건설사들은 최근 그룹 계열사와 동반한 국내.외공사 수주를 주요 목표로 정했다.

종합상사가 광범위한 정보력을 이용,공사수주정보를 물어와 금융조달방법까지 제시하면 건설은 시공부문의 노하우를 살리고 엔지니어링이나 중공업등은 설비와 자재를 담당하는 형태다.

계열사간 유기적 협업체제를 확립한 현대건설은 최근 종합상사.상선등과 손잡고 중국 베이징.다롄의 복합빌딩.아파트등 개발형 사업에 진출키로 했으며 국내 대형 민자유치사업에서는 이들 회사들과의 협력관계를 통해 프로젝트 창출능력을 키우기

로 했다.

삼성물산은 무역.건설부문 외에도 삼성엔지니어링.삼성중공업등 계열사와 수주협의회를 구성,세계 주요시장의 개발형 사업에 참여키로 했다.무역부문에서 자금조달을 책임지고 엔지니어링.중공업등은 자재와 설비부문을 대며 건설은 시공을 담당하는

역할분담을 통해 부가가치도 높이고 위험부담도 줄이자는 의도다.

삼성물산 정원모(鄭元模)이사는“무역부문은 금융조달에 능통하고 발주처에 대한 정보력도 광범위하기 때문에 건설부문은 오직 시공품질 향상에만 치중할 수 있게 된다”며“단순수주공사가 사라지고 개발형 공사(해외)나 민자유치사업(국내)이 점

점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역과 건설부문을 결합함으로써 파이낸싱(금융)을 동반한 사업진출에 활발한 ㈜대우도 중국과 동남아의 개발형 프로젝트에 치중키로 했으며 LG건설과 LG상사는 필리핀과 베트남의 공단개발사업및 인도네시아 주택단지개발에 나섰다.

◇구조조정하는 중견 건설업체들=건설업만으로 기업을 이끌어가기에는 경기침체의 골이 너무 깊다는 것이 중견 건설업체들의 공통된 견해.이 때문에 주택전문건설업체들은 레저.유통.통신사업등으로 구조조정을 꾀하면서 건설부문의 매출비중을 점차

낮춰가고 있다.

성원건설은 95년부터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이제는 금융업이 주력을 이룰 정도.전체매출액(96년 추정 9천억원)가운데 건설부문은 50%이고 금융과 정보통신이 나머지를 차지할 정도며 올해부터는 레저사업에도 참여한다.

청구는 건설부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최근 참여한 유통.정보통신외에 레저업 진출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요즘 제주도에서 골프장 부지를 매입중이며 강원도고성에서는 콘도사업을 추진중이다.

2000년에는 건설부문의 매출을 그룹매출의 50%이하로 떨어뜨린다는 계획이다.

주택전문인 우방은 94년 대구의 위락시설인 우방랜드를 개장한데 이어 최근에는 제주도 남제주에서 골프장과 콘도.워터파크시설등을 갖춘 77만평규모의 종합레저단지 건설을 시작했으며 경북영덕 일대에 30만평 규모의 골프장.콘도사업을 벌이

기로 했다. 〈황성근 기자〉

<사진설명>

건설시장 환경변화에 따라 국내 건설업계가 사업구조 조정에 나서는등

변신에 한창이다.사진은 인천신공항 건설현장. 〈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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