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전쟁기술의전사들>8.유공 대덕기술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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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유공이 연초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실험 허가를 획득한'4세대 우울증치료제(YKP10A)'는 간질치료제 개발과정에서 우연하게 찾아낸 신물질이다.

간질치료제보다 향후 시장전망(2000년 추정 10조원)이 더 밝은 우울증치료제 개발쪽으로 연구방향을 돌린 끝에 이뤄낸 성과다.

이같은 연구실적을 올린 유공의 대덕기술원은'실익추구'가 연구 모토다.현재 진행중인 연구보다 중간에 더 나은 수익이 예상되는 연구결과가 나오면 연구목표 자체를 바꾸는 일도 적지 않다는 것.

이에 따라 화학.에너지등 연구부문별 4개연구소장과 마케팅책임자.공장장들이 수시로 머리를 맞대는 마케팅.생산.연구개발 통합회의(MPR)가 이 기술원의 최고 의결기구 역할을 담당한다.

이 회의는 연구과제를 선정하거나 연구 진척도를 점검하는 것 외에 연구개발후 예상수익과 시장성을 따져봐서 진행중인 연구프로젝트를 중단하는 결정도 내린다.선언적 의미의 연구개발 실적에는 큰 비중을 안둔다는 뜻이다.

이 기술원이 내세우는 개발실적중에는 95년 독자 개발한'윤활기유(潤滑基油)생산공정'이 있다.이 공정은 세계적 석유플랜트 엔지니어링 업체인 미국의 레이시온사와의 공동판매를 통해 기술료를 벌어들이고 있다.

유공 대덕기술원을 총괄하면서 화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이병형(李秉炯)상무는“기술원은 회사의 신규사업을 한발 앞서 주도한다는 자세로 연구를 하고 있다”며“석유화학 기반기술확보 과정에서 얻어지는 응용기술의 상품화에 연구를 집중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기술원과 최고경영자간의 의견교환도 활발한 편이다.연구원들은 김항덕(金恒德)부회장.조규향(趙圭鄕)사장등 최고경영자들과도 매월 한차례이상씩 연구프로젝트 회의를 갖는다.

金부회장은 외국에서 내놓은 연구보고서를 꼼꼼히 챙겨 기술원에 보내는 일이 잦아 기술원에선'비상근 연구고문'으로 통한다.

연구인력은 모두 4백30명.이중 박사는 83명이며 40%정도인 33명이 해외에서 학위를 취득한 박사다.

특히 해외파 두뇌들중 앞서가는 연구원들이 많다.

에너지환경연구소 소장인 정현종(丁鉉鍾)이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화공학박사로 경유 매연 여과장치개발을 주도해왔다.

또 뉴욕주립대 화학박사 출신인 미주R&D센터 최용문(崔溶文)이사는 우울증치료제 개발실적을 올리는등 유공의 신약개발부문 연구에 핵심역할을 맡고 있다.

이병형 상무는 연구방식과 관련,“특허출원과 관련된 보상도 팀이름으로 주는 경우가 많다”며 팀을 이뤄 공동으로 하는 연구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또 연구의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개인 취미활동을 권장하거나 근무기간이 3년이 넘으면 국내외 대학과 연구기관등에서 재충전 연구시간을 갖게 하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고윤희 기자〉

<사진설명>

파일럿 플랜트 실험을 통해 석유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

이병형 총괄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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