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브이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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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물론 새마을 운동과 우리 브이 세대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새마을 운동의 창시자가 자신이 믿고 믿었던 측근의 총탄에 맞아죽을 무렵 내가 태어났고,브이 세대에 속하는 나의 선배들도 어린 나이들이라 새마을 운동이 뭔지 모르고 자라났 다.
이제 그런 운동마저 찾아볼 길 없는 우리나라는 정권을 잡은 지도자들이 자기 배와 친인척의 배들을 채우고 있는 동안 나라 전반이 엉망이 되고 말았다.무엇보다 대학입시 경쟁 과열로 학교교육은 그야말로 진흙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꼴이 되어버렸다.진흙탕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더 빠져들고 자빠지고 하듯이,교육개혁이다 뭐다 할 적마다 더욱 수습하기 힘든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학생들을 단답식,사지선다형식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어릴 적부터 책을 많이 읽도록 하고 창의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수능고사니 논술이니 하는 방편들을 끌어들였지만,오히려 과외열기만 더 부추기고 정형화된 논술 기술만 익히도 록 하였다.한달에 수천만원씩 벌어들이는 비밀과외 선생들이 허다하고,한달에 과외비가 수백만원씩 나가는 가정이 비일비재하다.
우리집도 내가 고등학교 1학년이 되고부터 매달 과외비만 이백오십만원 가량 나갔다.한 과목당 평균 백만원이 넘으니 두 과목과외 겨우 할까 말까 한 나의 경우는 그래도 *약과인 편이다.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한다는 정부기관에 근무하면서 기업 로비자금을 몰래 받아먹을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아버지 덕분에 그런 과외도 가능하였지 그렇지 않았으면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그러고 보면 정부의 부정부패도 연간 20조원에 달한 다는 어마어마한 사교육비 때문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이백만원이 조금 넘는 아버지 월급으로는 내 과외비 대기도 벅찼을 것이다.게다가무슨 무슨 친목회다 하며 싸돌아다니는 어머니 활동비와 쇼핑비,정부(情夫)와의 교제비도 자세히 모르 긴 해도 엄청나게 들어갈것이다. 차라리 그런 과외비를 가지고 세계 배낭여행을 떠나는 편이 학교나 학원,과외에서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한달동안 유럽 배낭여행을 하여도 아직 한달 과외비를 다쓰지 못했다.
너희들에게도 일전에 이야기했지만,과외선생들로부터 내가 그동안냈던 과외비를 도로 돌려받은 것은 참으로 통쾌한 일이었다.아마그 과외선생들은 나에게 당하고도 자기들이 비밀과외를 한 죄 때문에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폼페이 사람들이 사창가에 쏟아부었던 돈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이과외비로 쏟아붓는 돈이 그리 다른 것 같지가 않다.창녀의 몸에한번 사정을 하려고 허무하게 돈을 날리는 일이랑 창녀 같은 대학에 한번 들어가려고 그 엄청난 돈을 버리는 일이 뭐가 다르단말인가.
글 조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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