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규채씨의 경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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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 인기 탤런트가 대선후보 야당지도자의 지지연설을 하다 1년간 TV출연을 금지당하는 정치적 탄압을 받았다.정권이 바뀌었다.지난날 동지인 그 탤런트는 차관급 공직에 전격 기용됐다.개인적으로 보면 훈훈한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미담(美 談)이 아닌가.그런데 왜 여기에 반발하고 해도 너무 하는 인사라며 농성까지 벌이는가.
탤런트 박규채(朴圭彩)씨의 영화진흥공사 사장임명은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다.더구나 탤런트라 해서 공직을 못 맡을 이유도 없다.그런데 어째서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오는가.문민정부 출범과함께 등장한 용어가.인사만사(人事萬事)'였다.그 러나 출범초기부터 문제된게 잘못된 인사였다.검증 안된 인사의 기용으로 1주일 또는 몇달짜리 공직자가 양산됐다.여기에 낙하산인사라는 비난이 뒤따랐다.또 이번 경우처럼 전문성과 행정력이 없는 인사가 자주 발탁되면서 도중하차도 많았다.게 다가 1년 임기를 남긴 정부가 느닷없는 탤런트사장을 기용했으니.웃기는 인사'라는 혹평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임명과정 또한 한사람 봐주기 위해 너무 무리한 연쇄추돌인사까지 감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처음엔 공연윤리위원장으로 내정했다가 내부반발에 밀려 주춤했다.그러다가 임기 3개월 남긴 공륜위원장의 사표를 받고서는 취임 6개월밖에 안된 영화진흥공사사장을 그 자리로 옮겨놓고 영화진흥공사사장에 그를 앉혔으니 얼마나.빽'이 좋으면 이런 무리수까지 둘 수 있나 하는 의혹마저 받게 된 것이다.
미국에도 캘리포니아 마피아에 조지아사단까지 있지 않았느냐 하겠지만,그 또한 정도가 있고 능력과 전문성을 거치는 청문회절차가 있다.아무런 검증절차도 없이 한때 동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낙하산인사가 계속되면 공직사회 분위기가 냉소적이 되고 복지부동이 되며 비아냥과 불평이 솟구친다.민주화운동이 결코 엽관운동이아닌한,어려웠던 시절의 동지란 이유만으로 검증 안된 인사를 기용하는건 바람직하지 않다.잘못된 인사는 공직사회를 무력화시키고임명권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 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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