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대공황 때도 ‘이념 지도’ 재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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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련, 내부 단속 위해 폭압 통치 강도 높여경제위기가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준 것은 1929년 미국발 세계 대공황이 대표적이다. 전 세계에 먹구름을 드리운 대공황은 정치와 이념의 지도를 재편했다. 시차는 있었지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대공황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경제가 위축되면서 실업률이 치솟는 등 사회가 불안해지자 사람들은 새로운 이념과 정치 체제를 찾았다. 그 때문에 많은 국가가 정치적 격동을 겪었다. 그 방향은 좌와 우로 제각각이었지만 극단으로 치달은 점이 특징이다.

독일과 일본은 국가주의로 향했다. 제1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막대한 전쟁 배상금에 휘청대던 독일은 대공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때 아돌프 히틀러가 등장했다. 히틀러는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나치)을 이끌며 대공황에 따른 대규모 실업 사태를 활용해 세력을 확장한 후 1933년 정권을 잡았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내무장관은 최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대공황 전후의 경제위기가 사회 전체에 엄청난 위협을 초래했다”며 “대공황의 결과는 히틀러였고, 간접적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과 아우슈비츠였다”고 말했다. 일본은 식민지 확보를 통해 대공황을 극복하려는 군국주의의 첨병에 섰다. 남미에서는 파시스트 운동이 득세했다.

또 다른 흐름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였다. 프랑스에서는 사회주의 인민전선이 급부상하고 네덜란드에서는 국가사회당이 주목을 받았다. 서구에서 득세하던 나치즘과 군국주의가 공산주의를 위협하자 소련의 스탈린은 내부 단속을 위해 폭압 정치의 강도를 높여갔다. 독일에서 나치즘에 자리를 내준 사회민주주의는 북유럽에서 복지국가의 전형을 만든 정치 체계로 자리잡았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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