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판문점 경유 남북 직통전화 단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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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2일 판문점을 경유한 모든 남북 직통전화를 단절하고 다음 달부터 군사분계선(MDL)을 통한 모든 육로 통행을 엄격히 제한·차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그동안 예고해 왔던 남북 관계 차단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 것으로 지난 9개월간 경색 국면을 이어온 남북 관계는 새 정부 들어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특히 1971년 남북 적십자회담이 열린 이래 37년 동안 남북간 직통망으로 이용돼 온 판문점 직통전화는 일시적으로 북한이 전화를 받지 않았던 적은 있었지만 공식 단절은 이번이 처음이라 남북 관계는 중대 국면에 처하게 됐다. 또 북한 외무성은 북핵 검증 방안의 핵심 사안인 시료 채취 거부를 천명해 향후 북핵 협상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북한의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는 이날 성명에서 정부가 최근 유엔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의 공동 제안자로 참여한 것에 대해 “우리의 존엄과 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이며 “6·15 선언, 10·4 선언에 대한 부정”이라고 비난했다. 성명은 이어 “남조선 보수 당국에 의해 조성된 엄중한 사태로 더는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된 판문점 적십자 연락대표부를 폐쇄하고, 우리 측 대표를 철수시키며, 판문점을 경유한 모든 북남 직통전화 통로를 단절한다”고 선언했다. 조선적십자회는 “앞으로 북남 관계의 운명은 남조선 보수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밝혀 북한이 정부의 향후 대응을 살펴본 뒤 추가 조치에 들어갈 가능성을 시사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현재 판문점엔 남북 적십자사 간 직통 라인 외에 남북 간 항공관제용 라인, 해사당국 간 라인 등이 설치돼 있다.

이에 앞서 남북 장성급회담 북측 단장인 김영철 중장은 이날 남측 군당국에 전화통지문을 보내 “경고에도 불구하고 남조선 괴뢰당국의 대결 소동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며 “(상부의) 위임에 따라 12월 1일부터 1차적으로 군사분계선을 통한 모든 육로 통행을 엄격히 제한·차단하는 우리 군대의 실제적인 중대 조치가 단행됨을 정식 통고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부터 군부 발표와 노동신문 등을 통해 대북 전단 살포 중지와 6·15 선언, 10·4 선언 이행을 요구하며 “남북 관계에 대한 중대 결단이 내려질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정부는 청와대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김하중 통일부 장관,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으며,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 “통행 제한 조치에 유감을 표명하며 조속한 당국 간 대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 대변인은 그러나 “북한 군부의 통보 내용을 보면 전면 차단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기대했다.

MB “기다리는 것도 때론 전략”

이명박 대통령은 이와 관련, 중앙언론사 논설실장 오찬간담회에서 “기다리는 것도 때로는 전략”이라고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북한 외무성도 이날 담화에서 지난달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 방북 때 이뤄진 검증 문제에 대한 합의 내용은 “현장 방문, 문건 확인, 기술자 인터뷰로 한정된다”고 시료 채취 합의를 부인했다.

예영준·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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