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일의 영어 말하기 A to Z] 상황 묘사보다 줄거리 구성 연습 자주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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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실력을 키우고 싶은 학생이라면 누구나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야기 말하기)을 연습해야 한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로 창작하는 일은 중요한 언어활동이기 때문이다.

영어가 능숙하지 않아 ‘I don’t know’ ‘Noth ing’ ‘so so’ 하면서 말할 차례를 자꾸 양보하는 학생들이라면, 의식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완성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어느 날 갑자기 말을 잘할 수는 없다. 일상적인 소재를 활용해 반복적으로 스토리텔링 연습을 해야 한다. 이때 나이에 상관없이 자녀에게 가장 좋은 스토리텔링 교사는 바로 부모다.

어린이들은 스토리텔링을 연습할 때 읽기 활동과 연결시키면 좋다. 자신이 체험한 것을 곧장 말로 옮기기란 쉽지 않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수다쟁이였다고 해도 고학년이 된 후 말하고 표현하는 데 부담을 갖는 학생이 많다. 이때 읽기, 듣기, 쓰기를 말하기 활동과 묶어 연습하면 부담이 줄어든다. 동화책만큼 좋은 말하기 교재도 없다.

부모가 먼저 큰소리로 읽어주고, 함께 읽고, 교대로 읽고, CD에 저장된 스토리를 따라 읽으면서 우선 소리에 익숙해져야 한다.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내용을 요약해 보면 좋다. 스토리의 중간이나 끝, 혹은 등장인물의 성격을 바꿔가며 창작하는 연습도 해보자.

장황하게 말은 많이 하는데 이야기를 잘 전개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다. 상황 묘사와 감정 표현에 집착한다면 우선 전체 스토리의 뼈대를 구성하는 연습을 자주 해야 한다. 이야기는 보통 처음, 중간, 끝 등 세 가지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세 개의 문장으로 스토리를 요약하는 연습은 부담이 덜하다. 세 문장마다 각각 한 문장씩 더 보태며 내용을 넓혀 나가자. ‘he said’, ‘she said’ 같은 끝맺음말을 생략하고 단문으로 말하는 게 좋다. 배경 설명이나 상황 묘사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학생이라면 10문장 이내로 일단 이야기를 완성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사건에 대해 자꾸 말하고 등장인물의 행동을 활동(action)동사로 서술해 본다.

배경 설명이 부족하거나 문제나 갈등을 충분히 말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다. 아무래도 재미나 설득력은 부족하다. 부모가 이야기 중간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꾸 말하게 하는 질문을 던지거나 사건 시작부터 방해물, 훼방꾼, 갈등에 대해 의식적으로 말하도록 시킨다. 느긋하게 이야기를 전하지 못하고 핵심 내용만 전하면서 서둘러 이야기를 마치는 학생이라면 비디오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찍어 보여주면 좋다.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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