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신문을 보며 크는 아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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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언제부터인지 현관문에 던져져 있어야 할 조간신문이 보이지 않는다.신문을 훑어보며 잠을 깨야만 아침이 상쾌한데,그러질 못하니 하루종일 머리가 무겁다.
그런데 아침에 없던 신문이 저녁에 퇴근해 보면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의 방에 있는 것이다.이유인즉,선생님께서 신문기사를 읽고 그중에서 어려운 낱말을 골라 사전을 찾아 뜻을 적어오도록숙제를 내주었다는 것이다.
아이는 자습을 위해 적당한 크기의 기사를 고르자니 신문을 샅샅이 살피게 되고 그러다 흥미있는 기사가 있으면 스크랩도 해두었다. 어쩌다 취향에 맞는 기사가 실린 날은 여기저기 오려진 너덜거리는 신문을 봐야하고 딸아이보다 먼저 신문을 보려고 6시에는 일어나야 하니,피곤하면서도 한편으론 즐겁다.신문이라야 고작 TV프로그램 아니면 일기예보나 보던 아이가 이유야 어쨌든 신문을 본다니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집에서 아무리“논술고사를 잘 보려면 사설을 많이 읽어야 해”라고 귀가 따갑게 얘기해도 소용없었는데 숙제덕분에 다짐을 하지않아도 되니 짐 하나를 덜게 됐다.
유심히 살펴보면 숙제의 내용도 주로 많은 자료를 통해 조사해야 할 것들이었다.때문에 3학년때 사놓고 그동안 전시용으로만 진열되었던 학습백과사전을 6학년이 되어서 보긴 했지만 책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뒤져 보고있다.때로는 까다로운 시사문제를 숙제거리로 가져와 지나간 신문을 찾아보느라 난리법석을 피운 일도 있다.
그러한 때문인지 그 반의 아이들 중에는 우루과이라운드나 OPEC등에 관해 어른못지 않은 지식을 가진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아이는 선생님의 이러한 생각키우기 교육을 통해 중학생이 되기전 자연스럽게 생각이 부쩍 커버린 듯 싶다.
엄마의 열마디 말보다 선생님의 자상한 교육적 배려가 훨씬 효과가 크다는 걸 새삼 느껴본다.저녁 식탁에서의 화제 역시 딸의흥미를 높이기 위해 주로 신문기사를 많이 다룬다.딸아이 덕분에우리 가족의 대화 수준이 한단계 높아졌다고나 할까.
저녁대화에 한마디라도 알맹이 있는 말을 하기 위해 오늘도 아침 신문을 열심히 읽어야겠다.
박옥선<경기의정부시녹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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