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수사에 의한 자백 증거 不認定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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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임명 시장시절 수뢰혐의로 구속기소됐던 이성환(李成煥)과천시장에 대한 무죄선고는“가혹한 수사에 의한 자백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것을 사법부가 거듭 확인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담당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黃仁行부장판사)는 판결문의 상당 부분을 피고인들이 주장한.검찰에서의 가혹행위'의 구체적 사례등을 열거하면서 공소사실 일부 내용을 입증하는.물증'을 제시하지 못한 검찰수사의 미비를 무죄선고의 중요 이유로 들고 있다.
재판부는 李시장에게 돈을 주었다고 진술한 주유소업자 이용석씨등이“검찰이 잠을 재우지 않고 토끼뜀을 뛰게 한데다 벽에 코를박고 있게 하는등 가혹행위를 해 허위 자백했다”고 주장한 점을받아들여 피고인들의 검찰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 했다.
결론적으로 수사 당시부터 논란이 일었던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재판부가 명백히 지적함으로써 앞으로 상당한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李시장은 1심에 이어 이번 항소심 법정에서도 줄곧“이 사건은 대통령 친척의 녹지해제 거부에 따른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정치적 파문으로 비화될 소지마저 없지 않다.
李시장은 4일의 결심공판에서 최후변론을 통해“뇌물을 받은 적도 없는데 몇몇 정적의 모함을 근거로 구속한 것은 대통령의 친척,청와대 비서관과 신한국당 의원등이 과천시관문동 관악산 자락의 자연녹지를 해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거부한 것 과 무관하지않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의혹은 검찰이.과천시민 일동'이라는 무기명투서를 근거로 급작스럽게 수사를 진행하고 李시장에 대한 소환과 구속을 이틀사이에 초고속으로 처리한 그간의 수사진행에서 일찍이 제기됐다.李시장은 수사초기부터 수뢰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면 서 일관되게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이 사건을 수사했던 수원지검은 녹지해제 청탁과 관련된 자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고인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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