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짚기>"그래도 피운다" 5대 끽연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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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금연의 여파로 새로운.족(族)'들이 생겨나 관심거리다.일단의설움을 반영하는 신조어라는 평가도 많이 나온다.
제일 처음 등장한 것이 창고족이다.이들은 담배가 그리울 때마다 옥상이나 건물밖으로 나가는 것이 번거로워“부서 창고를 정리한다”며 창고에 문을 잠그고 들어가 끽연을 즐기는 부류다.이들덕분에 먼지가 수북이 쌓여있던 창고들이 모처럼 때빼고 광내는 호강을 누렸다.
다음 등장한 것이 잠바족.10층이 넘는 건물 꼭대기는 봄.가을에도 찬바람이 오싹해 일부 금연빌딩 옥상엔 애연가들이 공유할수 있는 털잠바가 비치돼 이 잠바를 애용하는 사람들에게 붙여진이름이다.
그런가 하면 틈틈이 다방으로 숨어드는 다비족(茶비族.다방에서몰래 피우는 사람)도 등장했다.“흡연자는 승진등 인사조치에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회장의 엄포에 K그룹 40~50대 직원들은 억지춘향으로.회춘(回春)의 감회'를 느껴야 했던 것.선생님 몰래 담배를 피우던 중.고교 시절로 돌아간 심정과도 흡사했다. 홈 스위트 홈 역시 금연태풍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한다.
흡연자들은 가정에 돌아가서도 베란다에 떠도는 반디족이 되거나 상점 가기를 자청하는 심부름족이 됐다.결국 애연가들은 밖에서도,안에서도.삭풍 부는 광야에 알몸으로 혼자 선'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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