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환위기 걱정은 과잉반응 … 97년보다 체력 좋아 투자 긍정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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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한국에 제2의 외환위기가 온다고?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 시장이 공포에 사로잡혀 과잉 반응한 것에 불과하다.”

미국 월가에서 1조1000억 달러를 굴리고 있는 BNY멜론자산운용 로널드 오헨리(50·사진) 사장의 말이다. 그는 국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설명하기 위해 4일 방한했다. BNY멜론운용은 지난해 자산운용업계 세계 4위로 관계사인 BNY멜론은행은 최근 미국 재무부가 집행하는 7000억 달러 구제금융의 자산관리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국내 KB자산운용이 출시한 브라질 펀드 위탁 운용을 맡고 있다.

-미국 정부가 7000억 달러를 푼다고 했는데 아직 돈이 돌지 않는 것 같다.

“자금 집행에 신중해야 하기 때문에 절차가 늦어지는 것 같다. 중요한 건 실제 돈이 집행됐느냐가 아니라 신뢰 회복이다. 2∼3주 전만 해도 은행끼리도 서로 믿지 못해 돈을 안 빌려줬다. 리보 금리가 치솟은 게 그 증거다. 그러나 자금이 투입된다는 발표만으로 리보 금리가 하락하고 은행 간 자금 거래가 정상화되고 있다.”

-향후 글로벌 증시 전망은.

“지난달 주가 급락은 디레버리징(빌린 돈 갚기)의 결과다. 그간 일으킨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엄청났기 때문에 후유증도 심했다. 자산가치고 뭐고 일단 무조건 팔고 봤다. 그 과정에서 아이슬란드는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 매도 압력이 줄면서 투자자들이 가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낙관도 힘들다. 금융위기가 실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한국을 보는 외국인의 시각은.

“전 세계적으로는 지금이 1997년보다 훨씬 심각하다. 그러나 한국은 당시보다 외환보유액, 재정 상태, 기업 체력 등 모든 면에서 사정이 낫다. 그럼에도 최근 한국이 고전한 것은 디레버리징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투자자로서는 한국 시장을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

-그래도 신용 부도 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유난히 높았던 이유는.

“한국의 CSD 프리미엄이 아이슬란드와 비슷한 수준까지 치솟은 건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 아니겠나.”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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