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들, 고비마다 오바마 지지 … 우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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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렇듯 1년여의 대선 장정에서 오바마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데는 결정적일 때마다 유력인사들이 거들고 나선 게 큰 도움이 됐다는 평이다. 반면 매케인은 조 리버먼 상원의원 외에는 비중 있는 인사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해 상황 변화의 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미 정치 전문 웹사이트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주요 여론 조사기관의 최근 일주일간 지지율 평균에서 오바마( 50.1%)가 매케인(42.6%)을 7.5%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선거인단 수에서도 오바마는 306명을 확보해 매케인(157명)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미 일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 인터넷판은 23일 미 30여 개 주에서 실시되고 있는 조기투표에서 오바마가 매케인을 20% 이상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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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 윈프리=TV 토크 쇼 진행자로 유명한 오프라 윈프리가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차기 대통령으로 지지하겠다고 밝힌 것은 지난해 5월이었다. 당시 민주당 지지자들 마음속엔 대부분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퓨 리서치 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4%가 윈프리의 오바마 지지 뉴스를 들었다. 언론들은 그 주 내내 다른 어떤 대선 후보들보다 오바마의 이름을 많이 거론했다. 무명에 가까웠던 오바마가 미 전역의 유권자들에게 의미 있게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에드워드 케네디=올 1월 말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힐러리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던 오바마는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지지를 이끌어내 선거 구도를 바꿔 버렸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 명문 케네디가를 등에 업은 오바마는 클린턴 부부가 독점했던 민주당 주류 자리에 당당하게 진입한 것이다. 케네디 의원은 8월 전당대회장에도 투병 중인 몸을 이끌고 나타나 오바마 열기를 지속시켰다.

◆빌 리처드슨=힐러리가 무서운 기세로 추격해 오던 3월에는 히스패닉계 미국인들의 대부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평생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지도자”라는 격찬과 함께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다. 지지율 하락 사태에 직면했던 오바마에겐 큰 도움이 됐고, 수년 전부터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에게 공을 들여온 힐러리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콜린 파월=최근 선거를 2주 남긴 상태에서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의 오바마 지지 선언은 결정적이었다. 아버지와 아들인 두 부시 전·현직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였고,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의 러닝메이트로까지 거론되던 파월이 오바마를 선택한 뒤 매케인과의 지지율 격차는 두 자릿수로 벌어졌다.

적절한 시점에 최적의 인사들에게서 도움을 받은 ‘행운’에 대해 오바마는 “이들의 지지를 얻으려고 오래전부터 공을 들여온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인사들의 지지는 과감하게 거절하는 전략적 판단도 빠뜨리지 않았다. 힐러리와의 민주당 후보 경쟁이 치열했던 때 논란이 많은 미국 내 이슬람 지도자 루이스 파라칸의 지지를 사양한 게 대표적인 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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