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로 출범한 하시모토 내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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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 제2기내각이 7일 출범했다.지난달 20일 총선을 승리로 이끈 하시모토 총리는 중의원내 자민당 의석이 과반수에 미달함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정권을 수립했다.연정(聯政)파트너였던 사민당.신당 사키가케 는 각외(閣外)협력을 약속했다.
새내각의 과제는 행정개혁.경기부양.소비세인상 등 내정(內政)과 오키나와 기지를 둘러싼 미국과의 협상.주변국들과의 영토분쟁등 외교문제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내정의 초점은 자민당이 선거공약으로 내건 「하시모토 비전」,즉 22 개 중앙 성(省).청(廳)을 절반으로 줄이는 과감한 행정개혁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다.
외교에서 오키나와 미군기지 축소.반환협상은 일본의 국민적 관심사이자 요구사항이다.그러나 미.일 안보협력체제를 손상치 않고이를 해결할 것인가가 과제다.독도(獨島)와 디아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의 영유권을 둘러싼 주변국들 과의 대립도 심각한 문제며,과거사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이와 관련,특히 걱정스런 것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일본정치의 보수화 경향이다.과거사에 대한 망언(妄言)을 일삼던 자민당 우익인사들이 총선서 대거 당선,당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 다.또 하시모토총리 자신과거 총리들에 비해 우익성향이 두드러진 인물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하시모토 새내각에 바라는 것은 원론적(原論的)인 것이다.그것은 일본이 세계 지도국다운 도량(度量)을 보여달라는 것이다.경제대국 일본은 그동안 정치소국(小國)으로 처신해 왔다.역사적으로 검증이 끝난 독도문제를 새삼 들고나온다거나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식(式)의 과거사 왜곡이나 책임회피는 더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그렇게 해야만 일본이 세계 지도국으로 발전할 수 있고 양국이 협력해 2002년 월드컵대회와같은 행사도 성공적으로 치러낼 수 있다.
하시모토 새내각은 이 점들을 각별히 유념해 앞으로 한.일 양국이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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