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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정부 지원, 선택과 집중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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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국내외 영화 관계자와 팬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2일 개막돼 9일간 이어졌던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가 폐막작 ‘나는 행복합니다’ 상영을 끝으로 성공적인 막을 내렸다. 모두 60개국으로부터 315편의 작품이 출품된 이번 영화제는 20만 명에 달하는 관객을 끌어모으면서 역대 최다 관객 수를 기록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최고를 넘어 세계 5대 영화제의 반열에 들었다는 평가가 과장이 아님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제 지역경제에도 괄목할 만한 기여를 하고 있다. 부산발전연구원은 이번 영화제로 인한 관광 수입과 고용 창출 등 경제적 효과를 400억원으로 추산하였다. 하지만 300억원가량의 예산으로 매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수조원대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거두고 있는 칸영화제와 비교할 때 부산국제영화제의 갈 길은 아직도 멀다고 할 수 있다. 칸영화제는 월드컵 축구를 제외하고 단일 이벤트로는 가장 많은 취재기자가 모인다고 한다. 엄청난 홍보효과 때문에 영화제의 공식 스폰서로 참여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최근 비슷비슷한 규모와 형태의 영화제를 경쟁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각 지자체가 의도하는 것도 바로 칸과 같은 국제적 문화 중심으로의 자리매김을 통한 도시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영화제의 개최는 필연적으로 지자체 간의 출혈 경쟁과 그에 따른 과잉 중복 투자라는 문제를 낳게 된다. 비슷한 영화제들이 차별화가 안 되면서 관객들로부터 외면받고 외부로부터의 협찬과 후원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영화제 개최 기간이 중복되는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 국가 간 영화산업 육성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지자체별 영화제의 난립은 국가 전체의 영화제 지원 역량의 분산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제 정부의 영화제에 대한 지원은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러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하나 지원 재정의 규모가 절대적으로 왜소하다. 2008년도의 경우 부산·전주·서울 등 국내 개최 국제 영화제에 대한 지원 금액은 44억원에 불과하며 국내 영상산업 진흥을 위한 예산은 전년도의 93억원에 비해 오히려 17억원 감소한 76억원에 머물고 있다. 일본·중국 같은 경쟁국의 집중적인 지원에 의한 추격이 있다면, 부산국제영화제가 이룩한 아시아 최고, 세계 5대 영화제라는 현재의 위상은 쉽게 무너질 수 있을 것이다.

영화제가 단발성의 이벤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관련 산업의 발전까지 견인할 수 있으려면 이에 대한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불가피하다.

부구욱 부산국제영화제 후원회장·영산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