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 막판스퍼트서 밀리기 예사-한국마라톤 '뒷심'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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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한국마라톤이 선수층이 얇은데다 특유의 「뒷심」마저 실종되고 있다.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황영조가 불같은 막판 스퍼트로월계관을 차지한 이래 「뒷심」은 한국마라톤의 상징으로 자리잡아왔다.그러나 올들어 한국마라톤은 막판 스퍼트에서 오히려 밀리는일이 잦아지고 있다.
26일 춘천에서 벌어진 제5회 아시아마라톤선수권대회겸 제50회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에서 백승도(한국전력)는 후반내내 선두를 지키다 결승선을 불과 3백 남겨두고 일본의 오토시 노리히로(2시간14분02초).호시 다쓰야(2시간14분0 3초)에게 추월당하며 3위(2시간14분05초)로 처지고 말았다.
이의수(부산외대.2시간14분14초).형재형(제일제당.2시간15분4초)도 백승도와 함께 37㎞ 지점까지 선두그룹을 형성했으나 이후 페이스가 떨어져 동반입상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로써 한국은 올해 국내에서 벌어진 두차례의 국제마라톤대회 월계관을 모두 막판 트랙레이스 실패로 빼앗기는 「뒷심부족」을 드러냈다.지난 3월 동아국제마라톤에서는 이봉주(코오롱)가 결승선을 2백 남겨둔 트랙레이스에서 마르틴 피스(스페 인)에게 추월당해 우승을 놓쳤었다.
마라톤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일차적으로 정신력과 스피드 부족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내선수들끼리 「기록의 관건」인 중반레이스에서 스퍼트를 미룬 채 서로 눈치만 살피는등 지나친 견제를 벌이다 화를 자초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이봉주가 무명의 조시아 투과니(남아공.1위)에게 덜미를 잡힌 것도 「알려진 라이벌」피스에만 초점을 맞춘탓이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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