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프트파워가 곧 외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중국 외교가 소프트파워 시대로 들어섰다. 정치·경제 중심의 외교도 중요하지만 문화·환경·교육 등 소프트파워를 무시하고는 더 이상 국익 극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외교부가 지난해의 국제 정세와 외교 성과·방향을 분석하고 평가한 대외 보고서인 ‘2008 외교백서’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백서는 중국의 외교 상대국으로 가장 중요한 나라로 미국 등 4대 강국을 꼽았다.

한국에 대해선 동남아 수준 정도로 기술했다. 또 올해 미국발 금융위기 가능성도 정확하게 예측했다.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2008년에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환경 문제도 외교의 핵심”=백서는 지난해 가장 두드러진 국제 정세 변화 중 하나로 소프트파워 부상을 꼽았다. 백서는 우선 소프트 파워 없이는 상대국을 설득하거나 중국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어려운 만큼 소프트파워 외교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해외에 공자 문화원을 계속 지어야 하고, 중국어 교사를 더 많이 파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환경 문제도 중국 외교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 문제는 경제·사회 문제만이 아니라 각국의 생존 문제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중국이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의 회의에서 환경 문제를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고 기술했다.

◆“4대 강국과 협력 강화 최우선”=중국 외교가 가장 중시하는 상대국(지역)으로 4대 강국을 꼽았다. 미국·러시아·유럽연합(EU)·일본 등의 순이다.

대미 외교에 있어서는 특히 군사·경제 협력 성과를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말 인민해방군 거전펑(葛振峰) 부참모장이 미국을 방문했고, 3월에는 피터 페이스 미군 합참의장이 중국을 방문했다. 지난해에만 군 고위 관계자가 10여 차례 상호 방문을 통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양국 군 핫라인이 개설되고 합동 군사훈련 논의 등 사상 최대 군사 협력 성과를 거뒀다. 경제적 성과도 컸다. 지난해 중국은 미국의 3대 수출시장, 미국은 중국의 2대 수출시장으로 각각 성장했다.

미국의 대중 투자는 지난해 11월 말 현재 22억2100만 달러, 중국의 대미 투자액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26억7700만 달러에 달했다.

◆한국 위상은 동남아 수준=한국과는 지난해 외교 관계 수립 15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가 전면적인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고 평가했다. 경제적으로 중국은 한국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와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했다.

한국은 중국의 제3 무역 파트너가 됐다. 그러나 한국에 관한 기술은 한 쪽 분량에 불과했다. 기술 방법과 양은 필리핀·베트남·네팔·모잠비크 수준이었고, 파키스탄·뉴질랜드보다는 양이 적거나 분석적이지 않았다.

중국의 혈맹이라는 북한에 대해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등 여섯 차례에 걸친 양국 교류 협력에 대해선 기술했으나 양은 한 쪽에도 못 미쳤다. 외교백서의 국가별 기술 양은 중국이 판단하는 외교적 비중과 비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중국 외교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