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산당 선언 흠모한 공사 생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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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공군사관학교 4학년 생도가 “F-15K는 살인기계”라는 내용의 글과 공산당 선언을 개인 홈페이지에 올렸다. 생도 충원과 교육과정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이다. 어떻게 이런 반군(反軍)·친공(親共) 생각을 가진 사람이 사관생도로 버젓이 뽑혔는지 납득이 안 된다. 설사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입학했더라도 4년의 교육을 통해 당연히 자신의 사상이 잘못된 것을 깨달아야 했다. 그런 점에서 사관학교 교육에도 큰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공군 측은 “이 생도가 좌파 생각을 나타낸 적이 없어 알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이렇게 엉거주춤 넘어갈 일이 아니다. 사관생도는 누구보다 국가의식이 투철해야 한다. 그들에게 국가수호를 맡길 것이기 때문이다. F-15K가 살인기계라는 사고를 가졌다면 어떻게 나라와 국민을 지키겠는가. 만의 하나 문제의 생도가 조종사가 됐다면 대당 1000억원의 F-15K를 갖고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것 아닌가. 공산당 선언을 개인 홈피에 올렸다니 이런 조종사에게 어떻게 전투기를 맡기겠는가.

육사 신입생 중 34%가 ‘미국을 주적(主敵)으로 알았다’고 답변한 것이 드러난 데 이어 공사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진보정권 10년간 만연했던 ‘친북 노선’과 좌편향 교과서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중·고생의 절반이 6·25가 북한의 남침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모를 정도라면 앞으로도 이런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을 별종의 사관생도 때문에 벌어진 일로 치부할 수 없다. 이제 사관생도까지 병들어 있는 것이다. 사관학교 교장이 책임져야 할 큰 사건이다. 사관생도들에게 국가관과 사생관을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지 대책이 나와야 한다. 좌파 전교조 교육으로 병든 고교 졸업생들을 어떻게 국가 간성으로 길러낼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입학을 보다 정밀하게 하고 교육과정도 바꾸어야 한다. 교관과의 1대1 면담을 강화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드러났지만 겉으로만 봐서는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