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보스니아 평화유지군 철수는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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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국이 1년여동안 보스니아에서 벌인 평화유지활동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처음 계획했던 기본 틀과 그간의 성과를 비교해본다면 평화유지활동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데 이론(異論)을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미국 행정부가 처음 이 일을 떠맡았을 때만 해도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며 사상자도 늘어날 것』이라는 비관적 예상이 적잖이 제기됐었다.그러나 이런 예상은 실현되지 않았다.
평화유지군은 데이턴 평화협정이 규정하고 있는 평화유지군의 군사적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그들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보스니아의 폭력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져나갔을 것이고 민간인들도 극심한 고통에 허덕여야 했을 것이 다.전쟁도 확산됐을 가능성이 크다.
평화유지군에 참여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국가들은 유지군의 활동이 군사 임무에만 국한돼야 하며 경찰력으로 활용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결과적으로 이런 결정이 보스니아에 해악이 됐다. 그러나 NATO 국가 지도자들이 당초 배제했던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고 해서 평화유지군을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어느덧 시간은 흘렀다.평화유지군은 예정대로 철수를 할 것이다.대선을 앞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머지않아 평화유지군을 대치할 것인지,한다면 어떻게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지난달 14일 치러진 보스니아 총선은 국제적 책임을 합법적 보스니아 민주 정부에 떠넘기려는 「몸빼기 작전」처럼 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분열된 보스니아로서 민주정부 수립과 평화유지군철수등은 아직 요원한 문제다.보스니아는 자국민들이 스스로 불확실한 운명을 개척할 동안 안정을 유지해줄 제3국이 필요하다.
NATO 국가중 이 임무에 대해 열의를 가지고 있는 국가는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러나 적어도 미국이 계속 참여할다음 단계의 평화유지활동에 대해선 러시아를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NATO 국가들이 참가할 것을 고려하고 있는 듯하다.
다음 단계의 평화유지군은 현재보다 더 축소돼야 할 것이다.그러나 스스로를 보호하고 도발적 공격을 막아낼 정도의 무장은 갖춰야 한다.평화유지군의 임무는 난민들의 귀환을 돕고 정치적.경제적 재건이 가능하도록 보스니아의 평화를 유지하며 나아가 전범을 체포하는데까지 확대돼야 한다.
러시아는 이번 보스니아에서의 평화유지활동에서 NATO 국가들과 훌륭히 공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다음번 평화유지활동에서 러시아의 역할은 단순 참여를 넘어 지도력을 발휘하는 차원에까지 이를지 모른다.이러한 변화는 미국이 그동안 러시아 와 논의해온협조적 안보전략 내용에 포함되는 것이다.보스니아 평화유지 임무는 단지 보스니아만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 것이다.
[정리=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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