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이슬란드와 달라 국가부도 위기 가능성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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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아이슬란드처럼 국가부도 위기에 처할 가능성은 작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이 경상수지 적자가 쌓이고, 은행의 예금 대비 대출 비중이 높다는 등의 문제점이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갈 저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WSJ는 최근 아이슬란드와 비슷한 개방적인 금융 환경을 갖고 있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 한국이 비교 대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신문은 한국에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먼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유가가 10% 떨어질 때마다 한국의 경상수지가 0.9%씩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유가가 연말까지 배럴당 85달러 수준을 유지한다면 한국은 4분기에 경상수지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상품 가격이 낮아져 수출이 늘어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WSJ는 또 한국의 은행들은 1997년 위기 때와는 달리 올 9월에는 원화 예금이 11%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외화 부채도 단기부채가 많았던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대부분 장기라는 점과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2300억 달러가 넘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위기 가능성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국가나 은행은 없지만 적어도 한국은 아이슬란드와 비슷한 상황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과 아이슬란드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고 밝혔다. 서울 한 개 구와 비슷한 인구 30만 명에 국내총생산(GDP)이 20조원으로 한국의 50분의 1에 불과한 아이슬란드와 같은 조건에서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예대율 부문도 다르다고 해명했다. 양도성예금증서(CD)를 예금에 포함할 경우 7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의 예대율은 105.4%로 미국(112.0%)보다 낮다는 것이다. 시중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평균 자기자본비율이 외환위기 당시 7%에서 현재 11%로 높아졌는데 예대율만으로 은행의 건전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고유선 대우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 들어 원화 환율이 40% 가까이 상승하면서 국가부도 위기인 아이슬란드 크로나와 거의 맞먹는 상승률을 보인 것은 설명하기 힘든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국가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 스프레드가 인도네시아·카자흐스탄보다 낮은 상황인데, 한국의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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