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총재 '내각제개헌안' 발언 왜 나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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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야권 단일후보로 추대해준다면 내가 개헌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 내각제 개헌에 대한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의 24일발언을 재구성하면 이런 뜻이다.
지금까지의 태도에서 진일보했다.지금까지는 『집권후 거국내각을구성하겠다』며 언약(言約)차원의 권력분점안을 제시하면서 『개헌은 16대에나 가능하다』고 자신의 의중을 배제한 발언이 모범답안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연대만 되면 권력 분점에 대한 제도적 보장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핵심측근이 金총재 의중을 전하는 바에 따르면 그의 발언은 대략 세가지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우선 구체적으로 어떤 개헌안을 내놓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대체로 그 방안은 『당선되면 15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2000년 4월까지만 집권하고 그 다음엔 16대 총선 결과에 따라 내각제를 채택하겠다』고 선언하는 것.
정말 그렇다면 대통령선거전에 꽤 큰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국민회의 의원들은 이를 통해 『여야간 정권교체를 선거전의 최대 이슈로 등장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2년짜리 대통령과 5년짜리 대통령중 누구를 뽑을 것이냐』는 여권의 반격도 예상된다.정국불안을 조성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金총재가 이 시점에서 내각제로 한걸음 더 나아간 데도 몇가지이유가 있어 보인다.내각제개헌에 소신을 가진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를 계속 야권 연대에 붙들어 매놓기 위한 목적이 가장커 보인다.또 자신의 당선 가능성을 높여 김상 현(金相賢)지도위의장.정대철(鄭大哲)부총재의 도전이나 조순(趙淳)서울시장등 제3후보론을 약화시킬 필요도 있다.
개헌 논의의 공론화를 통해 여권내의 개헌론.권력분점론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도 바라본 것같다.
이와 관련해 국민회의 내부에서는 金총재가 노원구청장 재선거 이후 야권의 여러 정파를 망라한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며,이의 궁극적 목표는 「범야권의 실질적 단일후보」라는 설명이 나와 주목된다.
자민련쪽의 반응은 두 갈래다.한영수(韓英洙)부총재등은 『자연스런 과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韓부총재는 『김대중총재가내각제를 전반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권력구조 문제를 풀어야 야권 공조가 지속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 라고 평가했다.반면 이동복(李東馥)총재비서실장등은 『아직 우리당 입장과 현격한 차이가 있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한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인식이나 「아직 멀었다」는 인식이 공존하는 셈이다.
김대중총재는 지금까지 금기시했던 내각제개헌 가능성을 수면위로부상시켰다.집권을 위한 고도의 계산된 애드벌룬인 것이다.여권이나 자민련이 어떤 대응을 구체화할지가 앞으로의 관심사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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