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날대회

중앙일보

입력


“곤충들아, 물고기들아 고마워. 더 가까이 지켜보기 위해 괴롭히기도 하고 가끔 피해를 줄 때도 있었지? 너희들이 힘겹게 알을 낳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내가 있는 것을 그대로 지키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 너희가 살고 있는 물과 나무를 있는 그대로 더 건강해 지도록 내가 도와줄게.”

전북 나주에서 열린 제7회 강의 날 대회에서 김재현(분당 초림초2) 군이 낭독한 ‘곤충위령제’의 전문이다. 김재현 군과 엄마 채원희 씨가 함께 활동하고 있는 분당의 환경모임 ‘에코스카우트’는 이번 강의 날 대회에서 ‘건강한 물, 건강한 아이들’이라는 주제로 대상인 국회의장상을 수상했다. 강의 날 대회는 시민단체와 하천운동모임 등이 참가해 1년 동안의 활동 사례를 발표하uddo고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중 활동이 눈에 띄는 팀을 뽑아 상을 수여한다. 모두 18개 팀이 참가했고, 11개 팀이 본선에 올랐다.

국회의장상을 받은 에코스카우트는 환경운동 단체가 아니라 분당에 거주하는 몇몇 학부모를 중심으로 결성된 모임이다. 처음에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둘러싼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안쓰러운 마음에서 시작했다. 채원희 씨는 “하천이나 숲으로 탐방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환경보존 활동에 관심이 생겼다”고 전한다.

환경탐방은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청계산, 분당중앙공원, 서울숲 등 가까운 곳부터 작은 실개천과 습지까지 2년 동안 50여 곳을 방문했다. 서울과 경기도 일대의 강과 하천을 찾아다니며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기록하는 것이 에코스카우트의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숙제였다.

에코스카우트가 가장 많이 찾은 장소는 분당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신구대 식물원. 잘 다듬어진 식물원과 곤충관도 좋았지만, 식물원 앞 연못을 가장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2주 사이에도 연못 속 식물과 곤충들은 눈에 띄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청계산 역시 식물원 못지 않게 자주 찾았다. 계곡에서 도롱뇽도 만나고, 먹이를 따라 이동하는 다양한 조류들도 관찰했다. 김재현 군은 “자세히 관찰하니 자연이 변하는 모습이 정말로 신기했다”고 말했다.

에코스카우트는 여름이면 대부도 갯벌에서 탐방활동을 벌였다. 그 덕에 태안반도 기름 유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아이들이 더욱 심각하게 상황을 받아들였다. 김재현 군과 채원희 씨는 함께 태안을 찾아 기름때를 닦아낸 것을 기억에 남는 활동의 하나로 꼽았다.
처음에는 놀이 삼아 시작한 활동에도 하다보니 체계가 생겼다. 강과 습지 주변의 오염원 정화식물과 수생식물을 살피고 집에 돌아와 관찰보고서를 만들었던 일이 이제는 환경신문과 에코스카우트 소식지를 발행하는 데까지 발전했다. 덕분에 동네 아이들을 비롯해서 같은 학교 학부모들도 에코스카우트의 활동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에코스카우트의 학부모들은 탐방활동이 있는 날에는 모든 스케줄을 비우고 탐방에만 집중하도록 하고 있다. 처음에는 사교육과 탐방활동 사이에서 적잖이 갈등도 했다고 말한다. 다른 아이들이 학원에 가거나 영어 원어민 교사를 만나러 가는 시간에 산으로 들로 놀러만 다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코스카우트 활동으로 어린 시절부터 환경과 가깝게 지낸 아이들이라면 사회 어느 분야에서 일을 하더라도 환경친화적인 건강한 삶을 꾸려나가리라는 확신” 때문에 활동을 포기할 수 없었다.

채원희 씨는 “도시생활을 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다는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또 집에서 가까운 탄천변을 걸을 때마다 반딧불이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김재현 군이 해답을 제시했다. “탄천에 부들이나 창포, 억새 같은 걸 더 많이 심으면 되잖아요. 그러면 다슬기도 많이 살게 되고, 반딧불이도 알을 낳으러 오잖아요.”

장치선 워크홀릭 담당기자 charity19@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