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원주민 독립정부 수립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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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하와이 원주민들의 독립정부 수립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하와이독립선거위원회」는 지난 7월15일부터 8월15일까지 원주민인 폴리네시안들을 대상으로 우편 주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자의 70% 이상이 독립에 찬성했다고 14일 발표했다.
독립을 갈망해온 폴리네시안들은 이같은 결과를 토대로 98년께입헌회의를 소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그러나 정부형태에 대해서는 현재 완전독립에서부터 본토에 있는 인디언보호구역과 비슷한 형태에 이르기까지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70년대부터 독립정부 수립을 추진해온 폴리네시안들은 『새시대의 동이 터온다』며 흥분된 모습이다.
벤저민 카예타노 주지사도 『이번 선거결과로 독립정부 수립에 필요한 절차를 계속 밟아나갈 정당성이 확보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독립정부 수립이 말만큼 쉬운 것은 아니다.우선 폴리네시안 가운데서도 독립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원주민 최대권익단체인 「카 라후이 하와이」는 『이번 결과는 발송된 8만장의 투표용지 가운데 회송된 3만장만 놓고 따진 것으로 절대다수가 기권한 만큼 당연히 무효』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막연한 독립보다 「빼앗긴 주권(主權)」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주민 독립정부를 세우려면 주정부의 재가가 필요하며 연방정부와도 협상을 거쳐야 하는데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하와이 전체주민(1백20만명)의 87%가 비(非)원주민들이다.이들은 현재 폴리네시안들에게 주어지는 각종 지원(주로 옛 하와이왕실 소유였던 공유지를 매각한 대금으로 재원을 충당)에도 못마땅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원주민들이 과연 산적한 장애물을 헤치고 제한적이나마 독립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하와이는 해병대의 지원을 등에 업은 미국 기업가들에 의해 1893년 왕조가 무너지면서 미국의 영토로 복속됐고,59년 미국의 50번째 주로 편입됐다.
뉴욕=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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