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학원 돈 빌려 당선된 교육감, 공교육 하겠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교육감은 지방 교육의 수장이다. 국제중·특목고 같은 학교 신설이나 학군 조정, 수준별 수업, 교원 인사 등 교육 현안들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자리다. 초·중·고교 교육의 성패가 사실상 교육감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이런 교육감에게 학생·학부모·교사의 신뢰는 생명과도 같다. 신뢰가 전제되지 않고선 교육정책을 제대로 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금의 일부 교육감 행태를 보면 교육감들이 과연 이런 인식을 갖고 있기나 한 건지 의심스럽다.

교육감의 대표라고 하는 서울시교육감부터가 문제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얼마 전 교육감 선거에서 사설학원 운영자들로부터 7억원의 선거자금을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학원을 관리·감독해야 할 교육감으로서 온당치 못한 처신이다. 공 교육감은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는 공약으로 당선됐다. 그런 그가 학원의 돈을 빌려 당선이 됐다면 당연히 사교육을 부추기는 정책을 펼 것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공 교육감이 ‘학원가의 대부’ ‘사(私)교육감’ 소리를 들으면서 공교육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

전교조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주경복 후보가 선거자금을 전교조에서 지원받은 사례도 마찬가지다. 주 후보가 당선됐더라면 전교조에 휘둘렸을 게 뻔했다. 지난주 경북도교육감이 사립학교에 기숙사 건립비용을 지원하면서 돈을 받은 혐의로, 충남도교육감이 인사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래서야 교육감들을 어떻게 믿고 교육을 맡기겠는가.

이런 사람들이 교육의 책임자가 되겠다고 나서니 교육감직선제가 과연 맞는 제도인지 근본적인 회의가 든다.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공 교육감의 해명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 빌렸다는 자금이 정말 빌린 것인지 수사가 필요하다면 수사를 하라. 학원 뒷배나 봐주는 교육감이라는 의심을 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교육감들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찾아보라. 신뢰를 잃으면 공교육은 설 자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