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성년 性착취 근절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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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 천호동에서 14,15세밖에 안된 가출 여학생 8명을 가둬놓고 윤락행위를 강요해 10개월간 10억원대의 화대를 가로채온 포주가 붙잡혔다.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미성년자에 대한 성착취가 만연돼 있다는 또 하나의 뚜렷한 증거다.중앙일 보는 이미 지난 9일자 1면 머리기사에서 10대 여자 아이들이 서울성동구화양동 심야유흥업소에서 접대부생활을 하는 실태를 추적,보도한바있다. 최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어린이 성착취방지를 위한 세계대회」에서는 세계적으로 1백만명의 어린이가 매춘사업에 동원되고 있다는 보고가 나오기도 했다.미성년자들이 이렇게 성착취대상이 되는 것은 성을 상품화하고 있는 사회의 병리현 상에서비롯된다.또 가족해체등 결손가정이 느는데다 미성년자들도 물신(物神)주의에 물들어 몸을 팔아서라도 돈을 벌겠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유흥가로 흘러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성년자 성착취문제는 구조적인 것이기에 완전한 해결을기대하기는 어렵다.그러나 심각한 사태를 방치할 수는 없는 이상우선은 응급및 대증(對症)대책이라도 마련해야 한다.첫째는 단속의 강화다.도시마다 유흥가는 대개 정해져 있고 그 풍속도도 어지간히 알려져 있으므로 하려고만 한다면 어느 정도의 억제는 가능하다.다음으로는 민간기관에 대한 지원을 통해 각종 상담소와 피난처 등을 유흥가 근처에 마련해 발을 빼려는 미성년자를 구해야 한다.『설마 내 자식이』할 것 이 아니라 가정에서도 세심한주의를 기울여야 한다.유흥가를 기웃거리는 이유가 가난 때문만은아니라는 것이 전문가의 말이다.
미성년자의 성착취가 만연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타락한 수요가 있기 때문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사회의 성문란 풍조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려는 탐욕이 만나 미성년자를 타락의 구덩이속에 빠뜨리는 것이다.
관련 행정부서나 각 시.도 당국도 이 문제에 대한 대처를 거의 전적으로 경찰의 단속에 의존하는 성의없는 자세에서 벗어나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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