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선상반란 생존선원 이인석씨 전화단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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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페스카마호 한국 선원들을 집단 살해한 중국교포선원들의 범행동기가 가혹행위나 임금에 대한 불만은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또 인도네시아인 6명도 살해하려다 오히려 역습당해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중앙일보 페스카마호 사건 취재팀이 수차례의 시도끝에 27일 오전 생존 한국인 선원 이인석(李仁錫.27.1등항해사)씨와 직접 통화해 밝혀낸 것이다.통화는 서울무선국을 통해 ssb단파무전기로 오전10시46분부터 40분동 안 이뤄졌다. 다음은 李씨와의 통화내용.
-난동선원들은 지금 어떤 상태에 있나.
『식당옆 선실에서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경찰 13명의 감시를받으며 반감금 상태에 있다.한숨을 자주 쉬는등 자포자기한 것 같다.』 -범행동기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하선(下船)에 대한 걱정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그들끼리 「하선하면 배를 탈 때 진 빚은 어떻게 갚을지 막막하다」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하선은 그들이 요구한 것 아닌가. 『물론 그랬다.조선족선원들은 어로작업이 시작된 6월27일부터 「일이 힘들다」「몸이 아프다」며 작업을 거부했다.갑판장이 작업지시를 하자 오히려 「귀국시켜 달라」며 흉기와 각목을 휘두르면서 집단난동을 부리기도 했다.작업거부와 귀국요구 는 선상생활을 보다 편하게 하기 위한 제스처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일본의 일부 언론에서는 「사건동기가 가혹행위와 저임금등 부당한대우때문인 것 같다」고 보도하고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일을 잘못하거나 열심히 하지 않을 경우 꾸지람을 하는 경우는 있다.그러나 개인적으로 불러 구타하거나 집단 폭행하는 일은 없다.임금도 배를 타기전에 송출회사와 계약하기 때문에 불만이 있었다면 배를 타지 않았을 것 이다.』 -당신은 항해사여서 배를 운항하기 위해 살려 두었다고 하지만 생존 인도네시아인들은 어떻게 무사했나.
『그들도 모두 죽을뻔 했다.조선족들은 한국 선원들을 살해한지5일뒤인 7일밤 나머지 생존 인도네시아인들도 죽일 계획이었으나조선족중 1명이 친하게 지내던 인도네시아인에게 「오늘밤 너희들을 모두 죽일지 모른다」고 귀띔,이들이 함께 모여 교대로 잠을자지 않고 경계를 늦추지 않아 화를 피했다.』 -난동자들을 어떻게 제압했나.
『인도네시아인들이 역습기회를 노리던중 22일 오전9시쯤 조선족 5명과 함께 냉동기 고장으로 상한 부식을 정리하기 위해 부식창고에 함께 들어갔다가 사전에 짠 각본에 따라 먼저 황급히 뛰쳐나온뒤 문을 잠가 감금에 성공했다.』 부산=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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