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평>여자 핸드볼 교체선수 부족해 주전들 헉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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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먼저 우리는 한국 여자핸드볼을 칭찬해 주자.
대망의 올림픽 3연패 고지를 눈앞에 두고 무너졌으나 은메달만으로도 값지다.비인기와 무관심의 그늘을 딛고 이룬 성과며 더욱이 최선을 다했기에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한국이 4일 오전(한국시간) 올림픽 여자핸드볼 결승에서 덴마크에 37-33으로 역전패한 주요인은 직접적으로는 「선수」(가용인원)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예선 1차전부터 이날까지 모두 아홉경기째.덴마크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 아냐 안데르센을 필두로 주전.후보 가릴것 없이 기량이 고른 엔트리 12명을 풀가동시킨 반면 한국 경기인원은 이날까지 9명에 불과했다.
한국은 경기마다 붙박이로 포지션을 지킨 오성옥.홍정호등 7명외에 나머지 엔트리 5명중 박정림.이상은만이 가끔 코트를 밟았을뿐 3명은 거의 벤치만 지켰다.주전과 다른 선수들의 기량차가그만큼 컸다는 얘기다.이 결과 매차례 상대팀 비 디오에 찍혀야하는 주전 개개인의 슛동작과 페인트,전반적인 경기흐름이 쉽게 노출됐을 뿐만 아니라 주전들의 체력소모가 훨씬 심했다.
올림픽처럼 큰 경기의 승리를 위해 주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감독으로선 선수층의 빈곤은 거의 치명적이다.
보다 구조적으로 보자면 이 한계는 한국에서의 핸드볼 「대접」과 직결된다.선수층 빈곤은 팀이 적다는 얘기고 이는 보아주는 관중이 없기 때문이다.축구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며 넓은 선수층을 보유한 덴마크와 썰렁한 경기장에서 몇 안되는 팀끼리 동네잔치를 벌이는 한국 핸드볼중 과연 어느팀이 우세하겠는가.
[애틀랜타에서] 유재충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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