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사관들 잇단 테러로 要塞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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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세계 각국의 미국 대사관이 최근 잇따른 폭탄 테러로 갈수록 요새화(要塞化)하고 있다.단순히 대사관 주변 경비나 출입자 검문검색이 강화되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건물 자체가 군부대벙커처럼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93년부터 테러에 취약하다고판단되는 대사관 건물의 신.개축 작업에 돌입했으며 이에 관한 지침도 만들었다.
이 지침에는▶일반인 통행로로부터 33이상 거리를 둘 것▶건물주변에 6.8t 트럭의 돌진을 견뎌낼 수 있는 높은 벽을 쌓을것▶창문 면적을 건물 외벽 면적의 15% 이하로 할 것(일반 건물은 대개 30%)등의 내용이 들어있다.이같 은 지침은 마땅한 부지를 구하기 어렵거나 현지 관계 법령과 마찰을 빚는등 부작용도 없지 않아 그동안 다소 융통성있게 적용돼 왔다.
그러나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 미군부대 폭탄테러와 최근의 TWA항공기 폭발.올림픽공원 폭탄테러 이후 다시 엄격히 준수될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침에 따라 신.개축된 곳은 키프로스.요르단.오만.칠레.페루.엘살바도르 주재 대사관등 10여곳에 이르며 캐나다.독일.싱가포르 주재 대사관은 현재 신축 공사중인 대사관 건물의 설계까지바꿨다. 현지 직원들은 『안전이라는 측면에서는 환영해야겠지만 대사관은 해외에 나가 있는 미국의 얼굴이자 외교.통상의 무대인데 이렇게 벙커화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내 건축가들도 『안전 때문에 예술성이나 창의성.개성 같은 것은 발휘할 여지가 없다』며 해외 미국 대사관 건축에 참여하기를 꺼리고 있다.
뉴욕=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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